[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53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되자, 주요 언론사들이 일제히 이 부회장 응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36억원 상당의 뇌물을 최씨 측에 전달한 것을 인정했으나, 이를 '정경유착'이 아닌 최고 정치권력자가 기업을 겁박해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현장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주장한 범죄사실을 대부분 무죄로 판결한 항소심 재판부의 말에 이 부회장은 옅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1년 가까이 한 구치소 생활을 끝내자 조중동을 비롯한 주요 언론사와 경제지가 앞다투어 그의 앞날을 축복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 '이재용, 정경유착 굴레서 풀려났다'라는 제목을 실었다. 또 '이재용 사건, 피해자를 범죄자 만든 것 아닌가'라는 사설을 실으며 이 부회장이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것처럼 묘사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처남 홍석현 회장이 62.6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더욱 눈길이 가는 중앙일보는 1면에 '법원, 정경유착 없었다. 이재용 석방'이라는 헤드라인 기사를 실었고 '이재용 집유...법리와 상식에 따른 사법부 판단 존중해야'라는 사설을 썼다.
동아일보 역시 '353일만에...이재용 석방', '이재용 집유..특검 여론 수사에 법리로 퇴짜 놓은 법원'이라는 1면 기사와 사설을 실으며 2심 재판부를 옹호했다.
주요 경제지는 이 부회장의 석방이 더 반가운 눈치다.
한국경제는 '특검의 누더기 기소에 제동건 이재용 2심 재판'이라는 사설을, 서울경제는 '이재용 이제는 앞만 보고 뛰어라'라는 사설을 올렸다.
매일경제는 2면에 '감형협상 거부하고 정면돌파... 세심히 살피며 살 것'이라는 기사를 실어 이 부회장이 하지 않아도 되는 옥살이를 당당하게 이겨낸 것처럼 보이게 했다.
물론 이와 달리 부정적 평가를 내놓은 일부 매체도 있었다.
한겨레는 '이재용 솜방망이 판결은 유전무죄 부활'이라며 비판했고, 경향신문은 '시민의 눈높이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석방을 확정한 항소심의 판결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중요한 공소 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용기와 현명함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며 "다만 재판부에서 일부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은 상고심(대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