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하나카드·하나은행 계좌 없애버렸습니다"
KEB하나은행이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다른 대학 출신을 탈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KEB하나은행이 '특혜채용 6건'을 위해 14명의 당락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위스콘신대 출신 지원자 7명의 임원 면접 점수를 올리고 한양대·카톨릭대·동국대·명지대·숭실대·건국대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깎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학생들과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공개된 자료에서 점수 조작 때문에 2명이나 불합격한 것으로 밝혀진 건국대 학생들의 분노는 더 크다.
현재 건국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학생들이 "하나카드를 동강 냈다", "하나은행 계좌를 없애버렸다" 등의 글을 올리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4일 건국대 학보인 '건대신문'은 "건국대라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건대신문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 기사를 링크하며 '#건송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패러디한 자조적인 메시지다.
이와 관련해 KEB하나은행 측은 금감원 조사 결과를 부인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입점한 거래 대학 출신을 채용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명지대에도 KEB하나은행이 입점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해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이밖에도 은행 측은 "청탁과 특혜 채용 지시가 없었다"는 점에서 채용 비리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인 채용 비리 사실 여부와 별개로 특정 대학 출신에 임의로 가산점을 부여한 정황이 확인돼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번 KEB하나은행의 채용 비리 의혹뿐 아니라 KB국민은행, JB광주은행,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을 채용 비리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