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아빠와 영혼이 바뀐 것 같다"는 16살 소년 농부가 뒤늦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9월 방송된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농사가 좋다는 한태웅 군의 사연이 소개됐다.
2003년생 태웅 군은 시골 조부모 댁에서 농사일을 도우며 농부의 꿈을 키우고 있는 중학생이다.
반면 태웅 군의 아버지 한상문 씨는 보험회사 영업직에 근무하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농사일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
그러던 어느 주말 오후, TV 앞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고 있던 상문 씨의 방으로 태웅 군이 들이닥쳤다.
태웅 군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 모자를 쓰고 토시를 껴입은 등 누가 봐도 농부다운 차림이었다.
드러누워 있는 상문 씨를 향해 태웅 군은 "아버지 뭐 그렇게 팔자가 좋으셔요"라며 "옥수꾸(옥수수)나 비러(베러) 가시죠"라고 제안했다.
이때 태웅 군은 10대 또래 말투가 아닌 시골집 할아버지처럼 구수한 말씨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그뿐만 아니라 느긋하고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말해 더욱 애늙은이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오히려 아들보다 더욱 젊은 어투를 사용하는 상문 씨가 "싫다"고 칼같이 대답하자, 태웅 군은 "싫은 게 어디 있어요, 시골 사람이"라며 다그쳤다.
하지만 상문 씨는 "할아버지랑 가라, 아빠 힘들다"며 칭얼거리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에 태웅 군은 "연세 드신 할아버지를 모시고 올라가야겄어요? 조금 들 잡순 아버지가 가셔야지"라며 아버지를 어르고 달랬다.
아들의 성화에 상문 씨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고 태웅 군은 그런 아버지의 얼굴이 햇볕에 그을릴세라 모자를 씌워주었다.
아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상문 씨는 문밖을 나서면서도 "나 시골 사람 안 할 거라고"라며 찡얼대 보는 이에 웃음을 안겼다.
부자지간이 뒤바뀐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은 뒤늦게 온라인상에서 재조명되며 최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16살짜리 손주가 있을법한 말투를 쓰면서 정작 본인이 16살인 중학생 태웅 군의 말투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는 반응이 많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시골에서 할아버지 손에 자란 태웅 군은 말투와 더불어 농사일을 자연스레 체득했고, 그렇게 농부를 꿈꾸게 됐다고 알려졌다.
아이돌 노래는 모르면서 트로트를 열창하고 생일선물로는 흔한 게임기 대신 '닭 5마리'를 요구했다는 태웅 군이다.
또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말투로 조금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소년 농부 태웅 군의 사연에 누리꾼들은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