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강원도 화천에서 모텔 주인이 외박 나온 군 장병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일 화천경찰서는 객실이 너무 춥다며 난방을 요구한 A일병을 폭행한 혐의로 모텔 주인 B씨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일병은 지난달 27일 동료 2명과 함께 외박을 나와 한 모텔에 투숙했다.
모텔 방이 너무 추웠던 A일병은 B씨에게 난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B씨는 1시간이 지나도록 난방을 해주지 않았다. A일병은 주인에게 "너무 추워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재차 난방을 요구했다.
그러자 B씨는 갑자기 들어 와 A일병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은 A일병은 지난 1일 진단서를 첨부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사건이 경찰에 접수되기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일병과 함께 외박을 나왔던 C병장의 글이 올라왔다.
C병장은 "A일병이 발로 차이고 손찌검을 당했다"면서 "늦은 시간에 '돈 줄 테니까 나가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군인이라는 신분 탓에 C병장은 오히려 죄송하다고 B씨에게 사과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복귀 후 C병장은 부대 주임원사에게 해당 사실을 보고했다.
주임원사는 대대장과 행정보급관에게 이를 전파했고, 결국 사단 본부에까지 보고가 들어가게 됐다.
문제는 B씨가 중령으로 전역한 전직 군인 출신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알게 된 부대 간부와 A씨 등은 사건을 좋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간부들이 모텔을 찾자 B씨는 "어딜 부사관 나부랭이가"라면서 "헌병 대장을 부르라"라는 식으로 소리쳤다.
분노한 간부들에 의해 이 사실은 사단장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고 사단장은 "절차대로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단장의 지시에 따라 병원을 방문한 A일병은 2주짜리 상해진단서를 끊어 B씨를 고소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C씨는 "간부 출신이면 병사들한테 잘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하며 글을 맺었다.
군부대가 많이 배치된 지역의 주민들이 장병들을 함부로 대해 물의를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강원도 양구에서는 고등학생 10여 명이 군인 2명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폭행을 당한 한 장병은 눈 아랫부분이 골절되는 등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분노한 사단장은 '전 장병 외출 금지'라는 초강수를 뒀고, 결국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 주민들이 정식으로 사과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