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KEB하나은행이 SKY 출신 지원자를 뽑기 위해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들의 점수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구체적인 자료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하나은행 '2016년 신입행원 채용 임원면접 점수 조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특혜채용을 통해 지원자 14명의 합격 당락을 뒤바꿨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위스콘신대 등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의 임원 면접 점수를 올리는 대신 수도권의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 점수는 내렸다.
실제 서울대를 나온 A씨는 당초 임원면접에서 5.00점 만점에서 2.00점을 받아 불합격 위기에 놓였지만 하나은행 인사부는 점수를 4.40점으로 올려 A씨를 합격시켰다.
연세대 출신 B씨도 3.80점에서 4.40점으로, 고려대 출신 C씨도 3.20점에서 4.60점으로 점수가 상향 조정됐고 위스콘신대를 나온 D씨 역시 3.90점에서 4.40점으로 합격됐다.
불합격 대상이었던 소위 SKY 출신 지원자는 이러한 방식으로 합격처리가 됐고 합격권에 있던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갔다.
한양대 분교 출신 E씨는 임원면접에서 4.80점의 고득점을 받아 합격권에 들었지만 하나은행은 점수를 3.50점으로 끌어내려 불합격 처리시켰다.
카톨릭대와 동국대, 명지대 등 타대학을 나온 지원자 6명도 역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하나은행은 모두 하향 조정해 이들을 탈락처리했다.
심상정 의원은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결과에 대해 하나은행 측에서는 부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잠든 새벽 1시 전 직원에게 '불법행위를 행한 사실이 없고, 기업으로서 정당하게 추구할 수 있는 인사정책이었다'는 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며 구체적 자료를 공개한 이유를 털어놨다.
심상정 의원은 또 "금융권이 청년들에게 사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자정 노력을 기대했는데 헛된 기대였다"고 지적했다.
KEB하나은행 측은 이와 관련해 "채용비리 사실이 없으며 특혜채용 청탁자도 없다"고 해명에 나섰다.
반면 하나금융 노조는 은행 측이 주장만 할 뿐 이를 증명할 자료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은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수사는 검찰로 넘어갔다. 금융감독원은 채용비리 정황이 드러난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부산은행 등 5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첨예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검찰 조사 결과에 집중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