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끝까지 반성 안하는 '섬마을여교사' 성폭행범에 징역 더 때린 '사이다' 판사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전남 신안군 한 섬마을에서 근무하던 초등학교 여교사를 학부형 3명이 돌아가며 성폭행한 사건.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주범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9일 광주고법 제4형사부(부장판사 최인규)는 성폭력범죄처벌 특례법(강간 등 치상)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모(39), 이모(35), 박모(50) 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원심을 깨고 각각 징역 15년, 12년, 10년을 선고했다.


또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도 명령했다.


앞서 항소심에서 이들은 각각 10년, 8년, 7년을 선고받았지만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최고 5년까지 형량이 늘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전 국민적 공분을 산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2년 전인 지난 2016년 5월 21일 발생했다. 


당시 피해 여교사 A씨는 오후 6시께 전남 목포에서 마지막 배를 타고 전남 신안군 한 섬마을로 돌아왔다.


학교 관사로 들어가기 전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여교사 A씨는 학부형 박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들렀다.


이때 박씨는 혼자 식사하고 있는 여교사 A씨에게 직접 담근 술을 거듭 권했다. 뒤늦게 술자리에 합류한 또 다른 학부형 이씨까지 가세해 술을 강권했다.


결국 정신을 잃고만 여교사 A씨를 박씨가 직접 관사까지 데려다주겠다며 자신의 차에 태웠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이씨가 따라나섰고, 마지막으로 김씨까지 함께 관사로 향했다.


22일 자정 관사 앞에 도착한 이들 세 명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방으로 들어간 뒤 돌아가며 여교사 A씨를 성폭행했다.


여교사 A씨는 정신을 차린 후 이상을 느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피의자들이 성실히 조사를 받는다는 이유로 한 차례 체포영장이 기각됐고, 사건 발생 2주가 지나서야 구속됐다.


1심 재판은 간음행위에 대해 공모와 합동관계를 인정해 김씨, 이씨, 박씨에게 각각 징역 18년, 13년, 1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징역 10년, 8년 7년으로 감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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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과 2심에서는 이들 범행 가운데 일부(자정 이전 성폭행 미수)에 대해 공모관계가 있음이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마침내 이들 범행 전 과정에 걸쳐 공모 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의 정신세계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인격에 대한 살인 행위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환송 후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부 범행을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들 모두에 대해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원심판결 선고 후 피해자와 합의해 피고인들을 선처해 주길 탄원하고 있는 점,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박씨의 경우 다른 피고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행 행위에 가담한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한편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김씨, 이씨, 박씨의 형량이 늘어난 판결에 '사이다'라는 여론이 많다.


앞서 2심 재판에서 형량이 줄었던 것과 관련해 여론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피의자들에게 아량을 베푼 것"이라며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당사자가 합의하고 선처했는데 왜 재판부를 욕하는지 알 수 없다"고 감형 사유를 이해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재판부는 피의자 3명 모두 여전히 범행 일부를 부정하고 있는 점, 성폭행 범죄가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는 점 등을 인정했다.


'집단 성폭행'으로 방황해 절도 저지른 비행소녀 울린 판사의 '참교육'성폭행당한 뒤 비행 청소년이 된 한 10대 여학생에 '외치기 처분'을 내린 김귀옥 판사의 판결이 재조명됐다.


"허리 돌려서 저항하면 성폭행 막을 수 있지 않았나"···피해자에게 막말한 검사성폭행 피해를 당한 피해자는 현직 검사의 막말에 또 한 번 상처를 받아야했다.


진민경 기자 minkyeo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