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자원봉사를 하러 간 봉사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9일 채널A '돌직구 쇼'에는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고충을 토로하는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가 방송됐다.
이 논란은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에 지원한 한 대학생이 관련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당 봉사자는 "숙소가 평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온수가 나오지 않는 기간에는 찬물로 씻을 수 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방송에 따르면 한 60대 자원봉사자는 "지시가 싫으면 자원봉사자 자격을 취소해드리겠다는 식의 조직위의 강압적 자세에 불만이 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모인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현재 봉사자들이 겪고 있는 불편 사항에 대한 게시글이 쇄도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숙소에서 평창에 위치한 근무지까지 가는 교통편이다.
강릉, 원주, 속초 등지에 마련된 자원봉사자들의 숙소에서 평창 근무지까지는 기본 1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자원봉사자들은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원활하게 운영이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강릉해양청소년수련원 숙소에서 통근하는 봉사자 A씨는 "셔틀 시간이 변경됐지만 미리 공지를 해 주지 않아 많은 이들이 혼동을 느껴 문의를 했다. 그런데 이에 '문의가 많았다'는 이유로 버스 노선은 하루만에 또다시 바뀌었다. 하지만 역시나 변경사항은 공지되지 않았다"고 제보했다.
A씨에 따르면 자주 변경되는 셔틀버스 스케줄에도 공지를 하지 않아 오전 8시 근무자들이 약 1시간이 되는 시간을 영문도 모른 채 기다려야 했다고 적었다.
그는 "무급으로 일한다고 해서 이렇게 홀대받는 거냐, 자원봉사자들의 시간은 중요하지 않냐"며 하소연했다.
또 다른 봉사자 B씨도 최소한의 기본 처우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전했다.
봉사자 B씨는 게시글에서 "무급이라도 뜻 깊은 자리에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각오로 지원한거다. 열악한 숙소 상태, 같은 기간·직종에 근무하지만 누구는 유급 누구는 무급, 교통비 지원 불확실 등의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며 '손 쓸 방법이 없다'는 태도로 임하는 조직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그가 밝힌 열악한 숙소 문제에는 다른 자원봉사자들도 의견을 같이 했다.
5명이 한 방을 사용하고 와이파이는 제대로 설치가 돼 있지 않으며 온수도 시간제로 운영 돼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날씨에 얼음장같은 물로 씻을 때도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추운 숙소, 근무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셔틀 시간표, 갑자기 근무지와 시간이 변경되어 난처해 지는 일 등 혼란을 겪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조직위는 "조직위 매니저들도 처우가 열악하다. 단기 인력은 너네처럼 혜택 못받는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대우 개선이 필요합니다"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개막을 불과 10일 앞둔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준비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현재까지도 여러 문제들로 삐걱대고 있다.
올림픽이 세계인의 축제인 것은 맞지만 준비 과정에서 도리어 자국민이 피해를 본다면 그 의미가 퇴색되고 만다.
특히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은 자국에서 개최되는 국제 행사에 봉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들이다.
최소한 이들이 근무하는 환경에 대한 고민과 봉사자들의 어려움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최민주 기자 minjo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