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해외 곳곳에 포진한 팬클럽 '아미'(ARMY·군대)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센세이션이 싸이와 다른 점 중 하나도 '아미'라는 콘크리트 팬덤. 방탄복과 군대처럼 '방탄소년단과 팬들은 항상 함께'란 의미로 팬들은 '입덕'(入+덕후·팬이 된다는 뜻)을 '입대'라고 칭한다.
규모는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계정이 한국 최초로 1천만 팔로워를 달성, '천만 대군'으로 가늠할 뿐 정확한 수치는 집계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미의 폭발적인 응집력과 성실한 '덕질'(심취한 분야에 열성적으로 몰두하는 일)은 해외 미디어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팬들은 '내 가수'의 콘텐츠를 소비하며 응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녹여진 가치관을 해석하고 좋은 구절을 좌우명으로 삼는 등 새로운 팬 문화를 형성했다.
멤버들이 가사의 영감을 얻은 문학 작품을 찾아 읽고, RM처럼 영어 실력 향상에 의욕을 보이고, 해외 팬들은 한글을 배워나갔다. '부모님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이란 말이 나온 이유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난 방탄소년단은 "우리도 가수와 농구선수, 게임 등에 빠져 '덕질'을 해본 경험이 있어 팬들의 마음에 공감한다"며 "우리가 한 작은 행동이 팬들에게 힘이 돼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방탄소년단과의 일문일답.
-- 팬들에게 끼친 영향 중 가장 뿌듯했던 일은.
▲ 해외에 나가 팬을 만나면 '오빠들 만나면 언젠가 꼭 말하려고 한글을 배웠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한글을 공부하고 한국 문화를 배우려는 팬들을 보면 '한국을 알렸구나' 싶어 뿌듯하다.(진)
▲ 좋은 일이 많았지만 힘든 부분도 있어 최근 SNS에 나와 팬들을 위한 곡으로 이하이의 '한숨'을 커버해 올렸다.('한숨'은 고(故) 종현이 작사·작곡한 노래다) 나에게 하는 노래이자 팬들에게 전하는 노래였는데 댓글에서 '오늘 다 끝내려고 했는데 다시 시작해보겠다'는 팬이 있었다. SNS가 활성화돼서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작은 것으로도 힘이 돼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정국)
▲ 사촌 동생이 내 팬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가 공부를 잘하게 되면 CD를 주고 전화 통화를 시켜주겠다고 했는데 그 뒤로 계속 전교 1등을 했다.(웃음)(지민)
▲ 이럴 때 보면 저도 방탄소년단 팬이고 싶다. 하하.(정국)
-- 인터넷 블로그에 팬들이 쓴 '팬픽'(좋아하는 스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과 '빙의글'(팬픽의 일종), 트위터에 '방탄소년단 문학봇'이 많더라. 팬들이 무척 열성적이던데, 멤버들도 무엇인가에 빠져 '덕질'을 해본 경험이 있나. 그럼 팬들의 마음도 좀 이해될 것 같은데.
▲ 굉장한 에픽하이와 에미넘의 팬이었다. 지금은 타블로 형과 친한데 CD를 사고 공연도 가고 형들이 한 액세서리도 구입하고 지금처럼 SNS가 활성화돼 있지 않았지만 사소한 기사와 영상도 찾아봤다. 그래서 팬들의 마음에 공감한다. 또 농구를 좋아해서 NBA 스타인 앨런 아이버슨의 광팬이었다.(슈가)
▲ 나도 에미넘과 에픽하이의 팬이었다. 2012년 에미넘이 내한했을 때 멤버 셋이서 공연장에 갔다. 에픽하이가 '플라이'(Fly)로 활동할 때 타블로 형의 재킷이 어디 건지 찾아보고. 전 한우물을 파는 성격이어서 한 브랜드를 좋아하면 종류별로 다 모으고, 피규어도 하나 있으면 다 사야 한다. 피규어 디자이너 인터뷰도 찾아보며 왜 이런 걸 만들었는지 알아야 속이 풀린다. 당연히 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RM)
▲ 전 게임에 빠졌다. 옛날에 메이플스토리를 했는데 그때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새로운 아이템 등의 정보를 외워가면서 타 경쟁사 게임을 하는 친구와 말다툼을 할 정도였다. 게임을 하다가 자고 캐릭터 인형도 사고 사진도 붙여놓고 열심이었는데 대학 준비를 하면서 접었다.(진)
▲ 제가 그 경쟁사 게임인 서든 어택 '덕후'(한 분야에 깊이 빠진 사람)였다. 너무 좋아해서 랭킹 1위 용병에도 들어갔다. 한번은 용병으로 들어가려면 닉네임을 변경해야 해서 1만원을 모아야 했는데 중학생 때 용돈이 하루 1천원이었다. 가진 돈 3천원에 1주일 게임을 안 하고 1만원을 모을 정도로 엄청 좋아했다.(뷔)
-- SNS와 유튜브에 '방탄밤', '달려라 방탄' 등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나 사진을 올리며 팬들과 친근하게 소통한다. 소속사도 여러 언어로 국내외 팬 설문을 하며 여느 기획사와 차별화된 행보를 보여주던데, 팬과의 소통에서 기본 원칙이 있나.
▲ 멤버 전원이 공식 SNS를 통해 소통하는데 '최대한 솔직하게, 진심을 담아서'다.(RM, 슈가)
▲ 자유롭게 하고 있지만 중요하게 약속한 건 '욕하지 않기'다. 그리고 '개인 계정 안 만들기', '노출된 사진 올리지 않기', '심각한 엽사(엽기적인 사진)는 상대방 동의 없이 올리지 않기', '음주 트윗 하지 않기' 등 우리만의 룰이 있다. 하하.(멤버들)
▲ SNS가 양날의 검이란 걸 안다. 이를 통해 굉장히 좋은 시너지를 얻었지만 잘못하면 리스크를 안을 수도 있다. 지금은 자유롭게 진심을 담아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숨 쉬듯이 하고 있지만 많은 생각을 한다. SNS는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우리도 잘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슈가)
-- '꿈을 계속 좇아가는 어른으로 있었으면 좋겠어', '필 때는 장미꽃처럼, 흩날릴 때는 벚꽃처럼, 질 때는 나팔꽃처럼' 등 인터넷에 방탄소년단 어록도 돌더라.
▲ 팬들이 '너의 수고는 너만 알면 돼'란 멘트에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결과가 좋아야 사람들은 알아주니 각자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이런 힐링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진)
-- 지난해 올해 목표를 '빌보드 200' 1위와 스타디움 투어로 제시했다. 팀 목표 말고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 전 욕심이 많아서 아무거나 다 하고 싶었는데 많다 보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원래 끈기가 좀 없다. 그래도 올해는 가수란 직업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 게임도 안 한다. 피아노로 클래식을 연주하고 싶고, 외국어와 노래를 잘하고 싶다. 딱 3개만 열심히 하려고 한다.(정국)
▲ 작년에 정국이가 드럼을 시작했다. 그때 난 기타를 시작했는데, 정국이가 드럼을 놓아서 저도 기타를 놨다. 정국이가 피아노를 시작했으니 저도 기타를 다시 창고에서 꺼내 정국이가 어느 정도 성취했는지 보며 발맞춰 가겠다. 언젠가 방탄 밴드를 해보고 싶다.(진)
▲ 영어와 일본어를 잘하고 싶다.(슈가)
▲ 가수로서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건 변함이 없지만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보려 한다.(지민)
▲ 노래를 많이 잘하고 싶다. 이것 하나만 달려보려고 한다.(뷔)
▲ 올해도 많은 계획이 잡혀있으니 그런 것을 하려면 건강이 우선이다. 몸 관리를 잘하고 싶다. 올해 작년부터 준비한 믹스테이프가 곧 공개되는데 좋은 음악을 들려주려고 몰두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주시고 좋아해 주면 좋겠다.(제이홉)
▲ 우선은 다음 음반이다.(RM)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함께 진행한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을 통해 6억여 원이 모금됐다. 나눔에 대한 가치관은.
▲ 그 캠페인은 한가진 확실했다. 동정이나 누굴 도와주려 하기 보다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고 그 에너지를 한 곳에 뭉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나눔이란 표현이 어떻게 보면 동등한 위치의 단어는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이런 결과들이 나오고 있고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겠지만 실천하는 사람도 변화와 가치관이 바뀐다. 시너지가 있는 좋은 현상인 것 같다.(슈가)
▲ 제 인생 목표는 행복인데 전 지금 많은 분에게 사랑받아서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저도 이만큼 사랑받아 행복하니 제 행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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