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가 미래의 테니스를 이끌어갈 정현(58위·한국체대)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26일 페더러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전에서 정현에 2세트 도중 기권승을 거뒀다.
정현은 이전 경기에서 발바닥에 큰 물집이 생겼고 경기 시작 전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결국 정현은 두 번째 게임을 2-5로 뒤진 상태에서 기권을 선언하며 경기를 포기했다.
경기 직후 페더러는 코트 인터뷰에서 "첫 세트는 (정현이) 워낙 경기를 잘했다. 이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다"라며 "그러나 2세트 들어 움직임이 둔화했다. 뭔가 문제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부상을 안고 뛰었을 때 얼마나 아픈지 안다. 멈춰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도 안다. 이렇게 결승에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아쉽다"고 말했다.
페더러는 테니스계의 미래를 이끌어갈 정현의 부상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정현은 이번 대회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와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 등 강호를 연달아 격파했다.
세계 테니스 랭킹 58위에 불과한 22살 한국 선수가 강호들을 연달아 꺾자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페더러는 정현을 "대회 기간 보여준 실력을 보면 충분히 톱10을 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춘 선수다.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며 극찬했다.
정현의 기권으로 체력을 아낀 페더러는 결승에서 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를 상대한다.
만일 이번에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경우 통산 20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기록하게 된다.
페더러는 "(부상으로 고생하던) 2년 전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면 농담하지 말라고 했을 것 같다. 기회가 찾아왔다. 은퇴 전에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