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빙상연맹의 행정착오로 억울하게 평창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노선영 선수가 마지막까지 동료와 후배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더한다.
25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노선영은 지난 24일 테스트경기를 치른 동료들이 보완점과 전략 등을 코치 받을 때, 선수촌을 나왔다.
이날은 평창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이 있는 날이었다. 동료, 선후배 선수들이 모두 결단식에 참석하는 동안 그는 조용히 자신의 짐을 정리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곳에 설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꿈은 무산되고 말았다.
노선영은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혼자 몰래 나왔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 때문에 후배들이 함께 흔들릴까 걱정된 노선영이었다.
비록 자신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지만 노선영은 마지막까지 함께 땀 흘렸던 국가대표팀을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노선영이 처음 출전 무산 소식을 들은 건 지난 20일이었다. 연맹은 그때까지 노선영이 출전 자격이 없다는 걸 파악하지 못했다.
ISU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말에 노선영은 "왜 ISU에 따지지도 않냐"고 항변했다.
그러자 전명구 빙상연맹 부회장은 "따져서 될 문제가 아니다. 감정에 호소해서 될 게 아니다"라며 무기력한 대답만 늘어놓았다.
그날 노선영은 억울함과 막막함에 숙소에서 눈물을 쏟았다. 그때 백철기 대표팀 감독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퇴촌하라는 통보였다.
아무것도 할 게 없었던 노선영은 24일 선수촌을 나오기 전까지 동료들의 훈련을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했다.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동생 故 노선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4년을 밤낮없이 달려온 노선영의 꿈은 그렇게 좌절됐다.
다음도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연맹은 올여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님 나이를 만 26세 이하 선수들로 제한했다.
노선영은 "나이든 사람은 그만 하라는 뜻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노선영은 앞으로 올림픽 중계를 보지 못하겠다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대신했다.
한편 노선영이 빠지면서 여자팀 추월 대표팀은 다른 선수로 팀을 꾸려야 한다. 대표팀은 500m, 1000m 선수 중 한 명을 뽑을 생각이다.
개인종목 출전자격이 있는 선수로는 현재 이상화, 박승희, 김현영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단거리 선수여서 장거리를 뛰어야 하는 추월 경기가 부담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추월은 팀워크와 조직력이 가장 중요한데, 단기간 합을 맞춰 보는 것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