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6년 3월 14일. 조용하던 강원 동해시 망상동 심곡 약천마을에 갑자기 형사들이 들락날락 거리기 시작했다.
마을 한 가운데 있는 우물 안에서 학습지 여교사 A씨가 옷이 벗겨진 알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당시 마을 주민 J씨가 우물 물을 마시려고 찾았다가 물줄기가 평소와 달리 약하게 흐르자 입구가 막힌 것으로 판단, 우물 뚜껑을 열었다.
그 순간 알몸 상태의 여성 시신이 엎드려 웅크린 자세로 우물 위에 떠 있었고 마을 주민 J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을 발견한 주민은 경찰에 까만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었고 체구마저 작아 인형을 연상케 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물에서 발견된 여성 시신은 동해시에 사는 학습지 여교사 김모 씨로 일주일 전인 같은 해 3월 8일 밤 9시 40분 실종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학습지 여고사인 김씨는 당시 동해시 부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학습지 가정 방문 교육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연락이 끊겨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었다.
경찰이 조사할 당시 알몸 상태인 여성 시신에서는 이렇다 할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부검결과는 경부 압박 질식사로 누군가에 의해 목이 졸려 살해된 뒤 우물 속에 유기된 것으로 보였다.
실종되기 직전 학습지 여교사 김씨가 수업을 위해 방문한 가정에서 대접받은 음식물이 위 속에 남아 있었다.
이를 통해 경찰은 학습지 여교사 김씨가 실종 직후 살해된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하던 중 김씨가 타고 다닌 마티즈 차량이 발견됐다.
마티즈 차량이 발견된 장소는 시신 유기 장소인 우물에서 약 7~8km 떨어진 동해체육관 앞 주차장으로 차량 안에는 김씨의 옷과 일부 소지품이 나왔다.
주변 인물들이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범인의 윤곽은 좀처럼 찾을 수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던 와중에 또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학습지 여교사 피살 사건이 발생한지 석달도 지나지 않아 그해 6월 1일과 3일 동해시 부곡동 인근에서 2건의 부녀자 잡치 미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늦은 밤 체구가 작은 여성을 공격했다는 점, 피해 장소 모두 반경 100m 이내라는 점 등이 학습지 여교사 김씨 피살 사건과 유사했다.
하지만 이후 범인은 완전히 종적을 감췄고 학습지 여교사 김씨 피살 사건은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채 12년이 흐른 지금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