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해리 기자 = "허리 돌려 저항하면 성관계 막을 수 있지 않나", "성폭행 이후 피해자가 보이는 양태와 판이하게 달라 의심이 든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을 성폭행으로 고소한 여성 A씨가 담당 검사에게 실제로 들었던 질문이다.
지난 22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지난해 성폭력 피해자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 사례를 선정해 발표했다.
그중 박유천의 성폭력 의혹 사건 피해자가 무고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검사들도 이름을 올렸다.
두 명의 검사는 사건에 대해 심문 중 성폭력 피해자이자 무고 피고인 여성 A씨에게 "허리 돌려 저항하면 성관계 막을 수 있지 않나", "연예인 박유천을 좋아한 것 아니냐" 등 편견 섞인 질문들을 쏟아냈다.
검사는 피해 여성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질문들로 피해자를 두 번 울렸다.
당시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의 무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여성의 성폭력 무고죄에 무죄를 선고했다.
성폭력협의회는 해당 검사에 대해 "유흥업소 종사자에 대한 편견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담은 질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인권 침해 사례로 친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갔다가 형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건에서 '옆방의 오빠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한 제주지법 판사 등도 꼽혔다.
성폭력에 대한 2차 가해 문제는 심각하다.
가해자에게 당했던 수모보다 주변으로부터 느끼게 되는 말과 행동들은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피해자들은 피해를 겪은 이후에 주변에서 듣게 되는 말과 느끼게 되는 분위기들로 종종 절망하게 되고, 긴 후유증을 앓게 된다.
최해리 기자 haeri@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