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갑작스러운 남북 단일팀 소식에 곤욕을 겪고 있는 새라 머레이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지난 22일 머레이 감독은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지시가 내려와도 선수 출전은 내 권한"이라고 밝혔다.
이날 머레이 감독은 "(북한 선수) 12명이 아닌 3명이 경기에 뛰는 것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단일팀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또 전략적인 부분보다는 팀의 조직력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하기 때문에 팀 분위기를 만들고 소통하는 부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언을 종합해볼 때 머레이 감독은 북한과의 단일팀 구성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머레이 감독은 북한 선수들을 경기에 출전시키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감독으로서 최고의 선수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도 따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전략은 내가 컨트롤 하는 것"이라며 "12명 선수를 모두 출전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세계선수권 디비전 2그룹 A(4부리그)에서 5전 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 사상 처음으로 3부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이후 전지훈련을 통해 올림픽 무대를 준비하던 대표팀에 남북 단일팀 구성 소식이 전해졌다.
애초 여러 가지 문제로 단일팀 구성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여론의 거센 비판에도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면서 단일팀 구성을 강행했다.
이처럼 정부의 의지가 확고했던 탓에 결국 지난 20일 IOC·남북 대표단의 남북 올림픽 회의에서 단일팀 구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번 단일팀은 우리나라 대표팀 엔트리 23명을 모두 보전하며 12명의 북한 선수가 가세해 총 35명이 한 팀을 이루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IOC가 발표한 '올림픽 한반도 선언'에 경기당 북한 선수 3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 선언에 따르면 전략이나 전술, 개인 기량과 상관없이 북한 선수 3명은 무조건 출전해야 한다.
이에 대해 지난 16일 머레이 감독은 "충격적"이라며 "(북한 선수 기용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한탄한 바 있다.
아이스하키 선수 이민지 또한 지난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수에게는 게임을 뛰는 1분 1초가 소중하다"면서 "단 몇 분이라도 희생하는 게 어떻게 기회 박탈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