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선수에게는 게임을 뛰는 1분 1초가 소중한데 단 몇분이라도 희생하는게 어떻게 기회 박탈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지..."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탈락한 이민지 선수가 '남북단일팀'에 대한 섭섭함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돼 버렸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 주재로 지난 20일(현지 시간)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를 열고 이 자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을 최종 확정지어 발표했다.
논란이 됐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대회 출전 엔트리 문제는 우리나라 선수 23명과 북한 선수 12명, 총 35명으로 늘었지만 북한 선수가 매 경기 최소 3명이 출전해야 한다고 못을 분명하게 박았다.
그동안 구슬 땀방울을 흘려온 한국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아예 달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지만 남북단일팀 구성 때문에 한국 선수 3명은 벤치에 앉아 자리를 지켜야 하는 '정치적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이에 앞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이민지 선수는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갑작스러운 정부의 남북단일팀 결정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이 섞인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참고로 이민지 선수는 지난 18일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다. 이민지 선수는 "지난 3년간 처음이자 마지막 출전일지도 모르는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며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많은 선수들의 희생과 노력, 그리고 여자 아이스하키를 생각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도움과 응원속에서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느끼며 운동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민지 선수는 "처음 단일팀 얘기를 들었을 때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기정사실화 된 이 상황이 당연히 믿기지 않고 아직까지 많이 불안하고 답답한 상황"이라고 당사자로서의 심경을 언급했다.
이어 "선수에게는 게임을 뛰는 1분 1초가 소중한데 단 몇분이라도 희생하는게 어떻게 기회 박탈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지..."라며 "선수들이 이 상황을 기분 좋게 받아드리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라고 되물었다.
끝으로 이민지 선수는 "한국에는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이 여자팀의 유일한 팀이고 그렇기 때문에 올림픽이 끝나면 나는 다시 팀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적어도 이 글을 보시는 분들만이라도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응원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민지 선수는 자신이 올린 글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쟁으로 빚어지자 현재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한편 올림픽 사상 처음 구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한반도기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