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곁에서 15년간 모셨던 'MB집사'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국민께 용서를 구하는 게 최선"이라며 이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날렸다.
지난 19일 한국일보는 단독 전화인터뷰를 통해 최근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한 김 전 실장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잘못된 모습을 보일 수 없었고, 가족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라며 폭로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높아진 국민의 시선에 "더 이상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검찰 조사에서 적극적으로 진술했다는 부분에서는 "검찰 수사가 워낙 탄탄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심경을 담담히 표현했다.
최근 '청렴결백'을 호소한 이 전 대통령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봤지만 심적으로 좋진 않다"며 운을 뗐다.
김 전 실장은 "특활비가 과거 관행인 것은 분명 하지만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며 "이 전 대통령께서 국민에게 사과드리고 용서 구하는 모습을 보이시는 게 최선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한때 모셨던 분이라 섭섭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저도 '이러시면 안 된다'하고 충언을 하거나 바로잡지 못한 죄가 있다. 제가 잘 한 게 뭐가 있겠나"라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때부터 15년간 수행비서로 일했던 김 전 실장은 'MB아바타', '성골집사'라 불릴 만큼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왔다.
때문에 검찰은 김 전 실장이 BBK, 다스, 특활비 등 이 전 대통령이 연루된 각종 의혹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김 전 실장이 "이명박 정권 당시 특수활동비로 받은 1억원을 달러로 환전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영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폭로하면서 앞으로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 전 실장이 아내의 장례식에 오지 않은 MB에 배신감을 느껴 폭로전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2012년 억대의 금품 수수 혐의로 김 전 실장이 1년 3개월의 실형을 살고 있을 때 부인이 그의 출소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MB와 측근들은 빈소에 찾아가기는커녕 꽃도 보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 전 실장은 "대통령 직계가족 한 사람이라도 오셨으면 하고 섭섭함을 표한 적은 있지만, 부속실 직원들이 상중인 3일 내내 도와줘 크게 위로가 됐다"며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