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어제(17일) 방송된 '슬기로운 감빵생활' 15회에서 해롱이(이규형 분)가 출소 직후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장면이 그려지자 시청자들은 멘붕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해롱이는 여러 차례 자신이 마약하게 된 이유를 곱씹으며 "다시는 약 하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해왔다.
종영을 앞두고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당연히 해롱이가 감옥에서 나오면 새 삶을 살 것이라 상상했다.
이와 달리 해롱이는 모두의 기대를 저버린 채 자신에게 처음 마약을 권했던 남성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마약에 손을 댄다.
충격적인 전개에 시청자들은 "시즌2가 나오지 않는 이상 어떻게 해롱이가 마약을 또 할 수 있냐"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방송 직후 한 시청자가 해롱이가 다시 마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득력 있게 분석해 눈길을 끈다.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양이(해롱이) 출소할 때 누구라도 나와 있었으면'이라는 제목의 '슬기로운 감빵생활' 15회 리뷰가 올라왔다.
해당 글을 작성한 누리꾼 A씨는 그동안 해롱이가 극 중에서 보여왔던 행적을 하나하나 되짚었다.
A씨에 따르면 해롱이는 감옥에 있으면서 언제나 엄마와 애인에 향한 애증을 갖고 있었다.
엄마는 자신의 마약 투여를 신고한 사람이었고, 애인 송지원(김준현 분)은 사랑한다는 해롱이의 고백에 언제나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해롱이의 생각과 달리 엄마는 새벽마다 술을 마시며 아들을 신고한 것에 대해 후회했다. 애인 송지원도 해롱이에게 선물할 '반지'를 준비할 만큼 해롱이를 사랑하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가족과 애인이 해롱이를 아낀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정작 10개월간 감옥에 갇혀 있던 해롱이는 이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감옥에서 출소한 해롱이는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은 것을 보고 실망감에 빠진다. 그러면서 나지막이 "앞에 나와 있지 말랬다고 ,진짜로 안 나왔네"라고 읊조린다.
그사이 애인과 가족은 근처 부대찌개집에서 해롱이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는 이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문득 혼자라는 현실이 파도처럼 밀려왔을 찰나, 해롱이 앞에 나타난 사람은 일본 유학시절 자신에게 처음 마약을 가르쳐줬던 남자였다.
그 순간 해롱이는 애인이 사랑의 확신을 주지 않았던, 엄마가 자신을 경찰에 신고했던 그때의 과거로 돌아간다.
다시는 마약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해롱이었지만 감옥에서 지내는 동안 텅 빈 마음을 채우지 못했던 해롱이는 일순간에 무너지고, 결국 직접 마약 주사를 자신의 팔에 꽂아버린다.
A씨는 "해롱이가 다시는 약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우리는 은연중에 다짐을 받았다. 그렇기에 우리의 배신감은 더 컸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여기서 신원호 PD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며 신 PD가 강조한 '슬기로운 감빵생활 죄수들에게 정을 주지 마세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A씨는 "마약범은 초범이 곧 재범이고, 상습범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하지만 해롱이에게 더 큰 안타까움을 느끼는 건 그가 자기의 재범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같이 지켜봤다는 점이다"라고 리뷰를 마쳤다.
한편 응답하라 시리즈를 탄생시킨 신원호 PD의 야심작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오늘(18일) 마지막회 만을 남겨두고 있다.
충격적인 반전과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고 있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