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김희중 전 청와대 실장이 가까운 사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지난 13일 김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압수수색까지 받고도 구속되지 않았다.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인 검찰은 "조사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를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김 전 실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전 대통령과 긴밀한 사이였던 그가 왜 태도를 바꾼 것일까.
이와 관련, 과거 이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지난 17일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김 전 실장의 뒷이야기를 언급했다.
정 전 의원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이명박 정권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성골 집사'로 불렸다.
김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일 때부터 15년간 이 전 대통령의 자금 관리를 도맡아왔다. 정 전 의원은 "김 전 실장 주머니에서 돈이 다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김 전 실장이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에게 받은 특활비를 이 전 대통령과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오래도록 따랐던 사람을 배신한 셈이다.
이같은 김 전 실장의 배신은 아내의 죽음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김 전 실장은 한 기업인으로부터 2억여 원의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청와대는 김 전 실장에 대한 자체조사를 진행하면서 사실상 김 전 실장을 청와대에서 쫓아냈다. 결국 김 전 실장은 1년 3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러던 2013년, 김 전 실장이 만기 출소를 1달 앞둔 상황에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던 김 전 실장의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내의 장례가 치러졌으나 김 전 실장의 동료였던 청와대 인사들은 조문을 오지 않았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조문은커녕 화환조차 보내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에게 가차 없이 버림받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정 전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한이 맺히지, (이 전 대통령을) 두둔할 생각이 있겠느냐"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이 BBK, 다스, 특활비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를 모두 알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은) 게임 끝났다"고 표현했다.
이렇듯 과거 최측근으로서 모든 것을 꿰고 있는 김 전 실장이 본격적으로 입을 뗀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숱한 의혹을 제대로 해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최근 한창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관해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히지 말라"며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성명문을 읽은 다음 곧바로 퇴장했다.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