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소현 기자 = 정부가 계속해서 가상화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음에도 투자를 계속한 뒤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하자 이를 정부 탓으로 돌리는 투자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7일 오후 7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시세는 1,3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지난 6일 한때 비트코인은 2,661만원을 기록하며 국내 최고점을 찍었지만 이날을 기점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은 점차 하락했다.
여기에 1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거래소 폐쇄 또한 살아있는 옵션"이라고 밝히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거래소 폐지가 먼 사안이 아님을 밝힘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조성된 탓이다.
지난해 말 급등하며 '흙수저 인생 탈출구'로 불리던 가상화폐는 연초 정부의 규제 방안이 발표되자 급락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각 정부 부처에서 규제 방안을 내놓는 데 이어 거래소 폐지로까지 말이 오가자 시세는 더욱 하락하고 있다.
이에 일부 누리꾼은 자신이 산 가상화폐가 폭락할 때마다 자해하거나 집안 물품을 부수는 등 우발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증하는 행태를 보였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몰락의 원인이 마치 정부인 양 규제 방안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부터 가상화폐의 투기성을 우려하며 이를 제재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신호를 여러차례 보냈다.
지난해 12월 13일 정부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겠다는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28일에는 거래실명제를 도입하고 신규 계좌 발급을 중단하겠다는 강력한 제재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가격 하락이 정부의 규제 방안 때문이라는 불확실한 인과관계로 정부가 비난받아 마땅한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가상화폐 가격 하락은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중국 인민은행이 가상화폐 집중거래를 허용하는 가상화폐 플랫폼에 대한 접근을 금지하겠다고 나섰고 여러나라 정부도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때문에 전 세계적인 가상화폐 가치는 이날 동시에 폭락했다.
미국의 가상화폐 가격을 보여주는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도 한때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 심리적 저항선인 1만 달러가 위협받기도 했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라는 표현을 지적하며 사실상 투기에 가까운 가상화폐를 '가상증표'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는 정부가 이미 가상화폐의 투기성을 확신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김 위원장 또한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분명한 것은 투자든 투기든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이 지는 것"이라며 가상화폐 투기 논란에 방점을 찍었다.
이소현 기자 so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