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죽을 힘 다했는데 죄인 취급이라니"…소방 지휘부 정조준하는 경찰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죄인 취급을 당하니 소방직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의욕이 떨어지고 자괴감 마저 든다"


경찰이 제천 스포츠 화재 참사 '늑장 대처' 의혹을 받고 있는 소방 지휘관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이면서 소방관들이 착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2일 제천소방서 소속 소방관 6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데 이어 15일 충북소방본부와 제천소방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주 중에는 제천소방서장 등 지휘관들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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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찰은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와 관련해 소방 지휘부의 판단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소방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발표된 뒤 입장을 바꿨다. 소방합동조사단 조사결과, 현장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화재 현장에 전달된 정보를 무시했거나 20명이 숨진 2층의 구조 요청을 알고도 소홀히 한 점 등이다.


경찰은 소방대원들은 아니더라도 소방 현장 지휘관들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나 직무 유기 등의 혐의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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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은 화재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유례없는 압수수색과 경찰 소환에 침울함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제천 화재 참사 당시 출동했던 한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일해 왔고, 제천 화재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동료들 모두 구조를 기다리던 사람들을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소방관은 "잘잘못은 엄중히 따져야겠지만 경찰이 공개적으로 압수수색하고 벌써 사법 처리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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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소방관은 "국민 생명을 보호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텨왔는데 죄인 취급을 당하니 소방직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의욕이 떨어지고 자괴감 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21일 화재발생 당시, 제천소방서 선착대는 오후 3시 53분 첫 신고를 받은 뒤 7분 만인 오후 4시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4시 33분에야 구조대가 2층 여성 사우나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고, 그 때는 이미 갇혀있던 사람들이 모두 숨진 상태였다.


유족들은 소방대원들이 2층 여성 사우나로 빠르게 진입했거나, 유리창을 깨 유독 가스를 외부로 빼냈다면 이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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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소방 지휘관들의 판단 착오와 부적절한 지휘가 대형참사를 막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지난 12일 화재 현장에 최초 출동했던 소방관 6명을 소환 조사한 이유도 선착대 출동 후 33분간 지휘부가 제대로된 지시를 내렸는지 알아보기 위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이번 화재 참사와 관련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신속하고 명확하게 참사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1일 충북 제천 하소동 노블 휘트니스 스파 건물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로 총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방관이 시민 구하다 피해 입혀도 '면책'되는 개정안 발의됐다"소방관들이 보다 적극적인 구조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고장난 '먹통 무전기' 들고 화재 진압하러 건물로 뛰어들어가는 소방관들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때 사용하고 있는 소방 무전기 100대 중 37대가 수명이 지난 노후 장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민경 기자 minkyeo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