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신세계그룹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올해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실시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면 사무실 직원들은 퇴근 준비를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선다. 오후 5시 30분이 되면 'PC 셧다운제'가 시행돼 담당 임원의 결재 없이는 PC가 켜지지 않는다.
이는 요즘 직장인들의 주요 화두인 '워라밸'을 현실에 반영한 모습이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크 라이프 발란스(Work-life-balance)'의 줄임말이다.
그만큼 사생활과 퇴근 후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직장생활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뜻이다.
신세계는 근무시간을 줄인 대신 흡연실 출입을 금지하는 집중 근무시간을 만들어 일의 효율성을 눂였다.
윤현빈 이마트 구매지원팀 과장은 "가장 좋은 것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점이다. 여가 시간이 늘어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몸이 편해졌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업무 집중력도 오르고 효율적으로 삶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 이마트도 올해부터 폐점시간을 오후 11시로 단축했다.
그러나 일부 이마트 직원은 근무 시간을 줄인 대신 휴식 시간을 없애 오히려 삶이 힘들어 졌다고 호소했다.
또 사실상 시급제로 근무하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됐다.
이마트 한 직원은 "시급은 올랐지만 일하는 시간이 줄었기 때문에 사실상 월급은 그대로다. 업무 시간이 줄면서 휴게 시간도 줄었다"며 "짧아진 시간 안에 물건을 포장하고 소분, 진열하는 등 동일한 업무량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무 시간이 단축됐다고 해서 업무량도 함께 줄어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근로 시간 단축과 더불어 근로자들에게는 임금 보전, 회사에게는 노동 생산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노사 간의 사전 협의나 타협을 잘 이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 나은 삶을 내세우며 도입한 '주 35시간 근무'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근로 형태에 관계 없이 모든 직원이 만족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최민주 기자 minjo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