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금)

새벽 일나간 사이 화재로 '치매 아내' 잃은 환경미화원 남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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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13년 전 갑자기 7살이 되어버린 치매 아내를 두고 새벽일을 나갈 수밖에 없었던 환경미화원 남편.


잠든 아내를 보며 오늘도 무사하길 바랐던 남편은 그날 오후 불이 난 아파트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아내의 주검을 마주해야 했다.


지난 15일 동아일보는 화재 사고로 치매 아내를 잃은 한 환경미화원 남편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환경미화원 A(61)씨에게는 13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뇌병변 3급 판정을 받은 아내 B(62)씨가 있다.


그날 이후 아내는 7살 지능으로 떨어졌고, 혼자 밖에 나갈 때면 어린아이처럼 온통 상처투성이가 된 채 돌아와 남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얼마 전에는 치매 판정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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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쓰러지고 남편 A씨는 1년간 오직 병간호에만 매진했다. 일도 나가지 않고 24시간 붙어 정성껏 아내를 돌봤다.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병원비와 식비, 아내 기저귀값 때문에 돈을 벌어야 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환경미화원이었다. 새벽 5시께 곤히 잠들어있는 아내를 보며 출근하고, 오후 6시쯤 돌아오는 일상을 13년간 이어왔다.


일을 마치면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아내의 저녁을 챙기고 목욕을 씻겼다. 힘들고 고됐지만 오직 아내만 생각하며 희생을 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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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집을 비우는 동안 3시간 정도 요양보호사를 불렀다. 더 오래 요양보호사를 곁에 있게 하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형편이 되지 못했다.


남편은 출근할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13년간 별 탈이 없었다.


지난 10일도 평소와 다름없을 것이라 남편은 생각했다. 하지만 이날 따라 아내는 배가 고팠는지 냉장고에서 탕수육을 꺼냈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요리를 시작했다.


뇌병변 판정 이후 한 번도 주방에 들어간 적이 없었던 아내였다. 오후 1시께 남편은 요양보호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요양보호사는 "큰일 났다. 아내 분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더니 "당장 오셔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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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재빨리 아내가 있는 서울 동작구의 임대아파트로 달려갔다. 아파트 주변이 그을음으로 가득했다.


아내가 가스불에 올린 프라이팬에서 불이 나 화재로 번진 것이다. 하지만 치매 판정을 받은 아내는 119에 신고할 줄을 몰랐다.


아는 전화번호라곤 남편밖에 없었다. 결국 아내는 미처 집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을 거뒀다.


아내가 숨진 시간은 요양보호사가 집에 도착하기 불과 몇 분 전이었다. 남편은 지금도 요양보호사를 조금만 더 일찍 부를 걸 하는 후회가 든다고 했다.


이 모든 게 홀로 아내를 두고 나간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남편은 괴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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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가족을 위해 언제나 헌신하는 사람이었다.


바느질로 동생들 학비를 댈 만큼 생활력이 강했고, 결혼 후에는 토끼 같은 자식들을 건실하게 키워냈다.


고혈압과 당뇨가 있었지만 IMF 이후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아내는 "약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한다"며 차일피일 치료를 미뤘다.


가족들에게 자신이 짐이 될까 봐 선택한 길이었다. 남편은 제때 치료받지 못한 아내에게 미안해 지난 13년간 빚을 갚는 심정으로 살아왔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편은 "이렇게 허망하게 갈 것을 아등바등 살았던 세월이 허무하다"는 말을 남겼다.


"자식에게 짐 될까봐"···치매 숨기고 '마지막 생일파티' 연뒤 스스로 목숨 끊은 아버지치매 증상이 보이자 스스로 생을 마감한 70대 노인의 사연이 많은 이들의 눈물을 쏟게 만들고 있다.


"저도 치매 아내 조수석에 태우고 다니는 택시를 탔습니다"작년 크리스마스 때 감동을 전한 택시기사의 사연, 그 택시를 이용한 또 다른 승객이 글을 올리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