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경찰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부실 대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충북소방종합상황실, 제천소방서 등 소방당국을 전격 압수 수색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수사관들의 요구에 응한 소방관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15일 오전 충북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수사관 24명을 동원해 충북소방본부, 소방종합상황실, 제천소방서 등 총 3곳에 대한 압수 수색에 들어갔다.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천 참사'에서 소방당국이 늑장 대처한 것은 아닌지 따져보기 위해서다.
소방당국에 대한 압수수색은 1992년 4월 소방본부가 설치된 이후 처음이다.
압수수색 현장에 나온 수사관들은 오전부터 사무실을 걸어 잠그고 제천화재 관련 서류와 하드디스크 복사본 등 각종 자료를 확보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소방대원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침통한 표정으로 수사관들의 자료 요청에 응했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인명 피해를 초래한 죄인들이 무슨 할 얘기가 있겠냐"며 말을 아꼈다.
무엇보다 제천 화재 현장 일선에 나섰던 제천소방서 직원들은 처음 겪는 압수수색에 당혹스러워했다.
제천소방서에 도착한 수사관들은 서장실, 소방행정과, 대응구조과, 예방안전과 등 내부 곳곳을 돌며 컴퓨터와 서류를 챙겼다.
제천소방서 관계자는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화재를 진압했던 직원들이 상당히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제천 참사 이후 화재 현장으로 출동할 때마다 불안해하고 긴장하는 대원들의 모습이 역력하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자괴감이 든다며 그만둬야겠다고 말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측은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데다 유족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신뢰와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방서로부터 관련 서류를 제출받는 방법도 있는데, 굳이 구조현장을 오가는 소방서까지 찾아가 압수수색할 필요가 있냐며 과잉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통해 소방당국이 초기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흡하게 대처한 부분은 없는지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주 내로 제천소방서장 등 현장 지휘관들을 불러 제대로 책무를 수행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8일 유가족대책위원회는 제천 참사 화재의 원인과 초기 대응과정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수사 촉구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유가족들은 2층 진입 지연 이유, 초기대응 적절성 여부, 무선 불통 이유 등 소방관들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소방합동조사단 역시 화재 진압 및 인명구조 지시에 있어 현장 지휘관들이 적절한 상황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소방청은 그 책임을 물어 이상민 제천소방서장, 김종희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으며, 총책임자였던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의 직위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