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너는 지금 뭐 해, 자니? 밖이야?"
수많은 남성의 폭풍 공감을 산 프라이머리 '자니'의 후렴구다.
술에 취해 카톡 친구 목록을 뒤적거리며 여기저기 추파를 보내다 결국 전 여친에게 연락을 하고 만다.
다음 날 아침 정신을 차리면 돌아오는 것은 후회뿐. 그러면서도 또 술 취한 밤이면 나도 모르게 그녀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다.
어디 남성뿐이겠는가. 여성들도 마찬가지로 술에 취하면 전 연인, 짝사랑했던 남성에게 습관처럼 안부를 묻는다.
물론 후회할 짓인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감성에 젖어 추억을 안주로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밤마다 당신은 세상의 주인공이자 가장 절절한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그렇다면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과연 그 절절함을 똑같이 공유할 수 있을까.
정답은 '절대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할 수 있다. "또 시작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마음이 편치 않다.
도대체 술만 취하면 연락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우선, 상대방이 당신을 여전히 잊지 못하는 경우다.
헤어진 지금까지도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가슴에서 용솟음치던 당신을 향한 감정이 새어 나온 것이다.
만일 이러한 경우라면, 안 좋은 기억이 있지 않은 이상 그 누가 싫을쏘냐. 다시 못 올 몇 번의 그 계절을 함께 나눈 사람인 것을.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어, 혹은 더이상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미안하거나 불편한 마음일 뿐이다. 그 사람 자체가 밉지 않다.
그러나 다른 경우에는 말이 달라진다. 당신과의 '잠자리'가 그리워 연락한 경우다.
술에 취(醉)해 당신의 몸을 취(取)하고 싶은 심리. 본능에 충실한다는 명분으로 하룻밤 유희를 찾고자 하는 속내라는 것이다.
이 경우 그 사람과의 연인관계 시절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헤어진 후에도 당신의 몸을 탐닉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사귀던 시절에도 당신의 몸만을 원했을 수도 있다.
최근 해외에서 유행하는 데이트 트렌드가 있다. 해외 젊은이들은 이를 'Firedooring'이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방화문을 뜻하는 이 단어는 "안에서 열 수 있지만 밖에서 열지 못 하는 일방향적인 비상구와 같은 관계"를 의미한다.
즉 바꿔 말하면 당신은 상대방을 불같이 사랑하지만, 상대방은 당신을 오직 비상구와 같은 수단으로 여기는 관계라는 뜻이다.
그 비상구는 무엇이겠는가. 다름 아닌 '본능의 탈출구'인 것이다.
필요할 때 당신을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연인관계를 유지하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헤어진 후에도 습관처럼 당신의 몸을 원하게 마련이다.
연애 시절을 잘 떠올려보자. 그렇다면 분명 헤어지고 연락하는 상대방의 검은 속내를 느낄 수 있다.
만일 당신이 술만 취하면 전 연인의 몸을 원해 연락하는 쪽이라면, 이 글을 읽고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인가, 몸인가, 아니면 그 시절인가.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