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민수 기자 =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경비원들의 부당한 해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울산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입주민 투표를 통해 스스로 관리비를 인상하고 경비원 수를 줄이지 않기로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2월 울산 중구 태화동 주상복합아파트 리버스위트에는 최저임금이 올라 부득이하게 입주민들의 관리비가 상승한다는 내용과 경비·미화원들의 임금 인상에 관한 안내문이 걸렸다.
안내문에는 2가지의 안으로 입주민 투표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투표안에는 최저시급 7,530원대로 급여를 인상하는 방안과 휴식 시간을 1시간 30분 늘리고 경비·미화원들의 인원수를 조정한다는 방안이 담겼다.
입주민 투표 결과 68%의 주민이 경비·미화원들의 급여를 인상하자고 동의해 6명의 경비원과 미화원들은 근무 시간 조정이나 인원 변동 없이 일자리를 지키게 됐다.
주민들은 매달 9천원 가량의 관리비를 더 내야 하지만 '비용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한 결과이다.
리버스위트 박금록 주민 자치 회장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인상 또한 불가피했다"며 "입주민 입장에서 관리비 부담이 커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된 것 같다"며 "경비원 분들도 공동체의 한 일원이기 때문에 상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주민들의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주민자치위 관계자는 "최근 서울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가 경비원 94명을 해고한 일을 두고 시가가 수십억원 하는 아파트 주민들이 월 몇천원 추가 부담이 싫어서 경비원을 해고한 게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이 정도 부담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달서 경비조장은 "입주민들께서 경비원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각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이고 힘이 난다"말했다.
이어 "주민들을 돕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조금이라도 더 주민들에게 안전함과 편리함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투표에 참여한 주민 김다은 씨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가구당 몇 천원도 되지 않는 관리비 인상액 때문에 열심히 일해오신 분들을 해고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경비원분들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비싸지도, 아깝지도 않다"며 "묵묵히 일해주시는 경비원분들께 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김민수 기자 minsu@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