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최근 강남의 한 아파트가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경비원 94명 전원을 해고해 논란이 된 가운데, 경비원을 향한 아파트 주민들의 갑질 역시 도를 넘고 있다.
발레파킹까지 도맡은 경비원들은 차에 흠집이 나면 수백만원씩 비용을 물어야 하는가하면, 심지어 차 안 빼줬다는 항의에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하는 일도 감내해야 했다.
지난 13일 머니투데이는 서울 강남 소재의 A 아파트에서 벌어진 주민들의 경비원 갑질 사례를 모아 보도했다.
보통 경비원들의 주요 업무는 외부인 출입통제와 안전 관리 등 '경비'이지만, A 아파트 경비원들은 하루종일 주민들의 차량을 빼주느라 정신이 없다.
해당 아파트에는 주차장 공간이 협소해 이중, 삼중으로 차량을 대야 했고 때문에 경비원들은 주민들을 대신해 차키를 보관하며 주차관리를 하고 있었다.
식사 도중에도, 새벽 2~3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민들이 차 빼달라고 부르면 바로 뛰쳐나가야 하는 것이 이곳 경비원들의 숙명이다.
경비원들은 차라리 주차만 하면 다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보다 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갑질' 주민들도 많기 때문이다.
경비원 B씨는 "동료 경비원은 차 빼달라는 주민에게 키를 놓고 가라고 했다가 차 안 빼줬다며 관리사무실로 불려가 무릎 꿇고 빌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 와서 '아저씨, 차 빼줘요'라며 버릇없이 굴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머니투데이는 실제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욕설하는 음성이 담긴 영상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 속에서 한 아파트 주민은 경비원에게 "내가 너 때문에 이 X끼야. 나가질 못해 이 XX끼야. XX끼야 조용히 해? 내가 지금 간다. 관리소장한테 XX끼야"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당시 해당 주민은 주차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시비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부산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주민이 '센스없다'며 민원을 제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갑질을 막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경비원에게 부당한 업무 및 지시를 내릴 수 없다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6항'이 시행됐다.
경비원에게는 택배, 분리수거, 주차, 청소 등 추가적인 일을 맡길 수 없으며, 만약 지시를 내릴 경우 추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을(乙)' 위치에 놓인 경비원들이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의 지시를 단칼에 거절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조항 역시 권고 사항일 뿐 별다른 처벌규정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