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학교 폭력 사태에 연루된 신인 야구 선수가 "지나간 일은 잊고 야구를 잘 하겠다"는 코멘트를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넥센 히어로즈 소속 투수 안우진(휘문고 졸업예정)은 KBO 신입 오리엔테이션에서 학교 폭력 사건에 대해 답변했다.
이날 안우진은 "여론이 안 좋은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잊고 감수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야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그 일에 대해서는 조사를 다 받았다"고 덧붙였다.
안우진은 지난해 6월 열린 2018 KBO 리그 1차 신인드래프트에서 넥센의 지명을 받았다.
대형 신인으로 평가받던 그와의 계약을 위해 넥센 측은 구단 역대 최고 계약금인 6억원을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2017년 학교 야구부 후배들을 배트로 구타한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이 일었다.
실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안우진에게 3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문제는 사실상 징계의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작년에 받은 징계는 아마추어 무대에 한정된 것이어서 프로에 입단한 안우진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국가대표로 뛰지 못하는 것 정도가 그가 받을 징계의 전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측은 "프로 선수로서 잘못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징계를 주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폭력 가해자인 안우진이 "지나간 일을 잊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자 야구팬들은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그의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인격 살인'이나 다름없는 중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어떻게 자신의 입으로 "잊겠다"는 소리를 하냐는 것이다.
이처럼 논란이 불거지자 넥센 측은 안우진에게 자체 징계를 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넥센 측의 자체 징계가 성난 야구팬들과 상처 입은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최근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10명 중 2~3 명이 학교에서 폭력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피해자 중 일부는 학교폭력 후유증으로 등교 거부나 자살 충동 등 심각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