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좌파 정권에 SBS와 KNN(부산경남방송)을 뺏겼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SBS와 KNN이 뉴스를 통해 강력 반발하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홍 대표는 지난 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신년인사차 예방한 자리에서 "좌파 정권이 들어서니까 SBS도 뺏겼다. 지금 부산에 KNN밖에 없는데 KNN도 회장이 물러났다. 정권이 아예 방송을 빼앗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이 "그것도 적폐네"라고 응답하자 홍 대표는 "적폐가 아니라 강도죠"라고 말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진 후 SBS와 KNN은 크게 반발했다.
먼저 SBS는 같은 날 '8시 뉴스'를 통해 홍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는 보도를 하면서 그의 언론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SBS 최혜림 앵커는 보도에 앞서 "지난 대선 때부터 최근까지 언론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홍 대표가 오늘 또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을 했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진 보도에서는 "지난 대선 때는 홍 대표가 SBS 보도가 자신에게 불리하다면서 협박성 발언을 했다"며 지난해 5월 홍 대표의 부산 유세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나왔다.
당시 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 대표는 "SBS라는 방송은 내가 드라마 '모래시계'를 만들어서 키운 방송이다. 어떻게 홍준표가 키워준 방송에서 그따위 짓을 할 수 있냐. 내가 집권하면 SBS 8시 뉴스를 싹 없애버리겠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홍 대표의 발언을 전한 기자는 보도 말미에 "이런 발언들은 정치권력이 언론을 좌지우지하던 과거의 잘못된 언론관을 아직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라며 "보수 혁신을 내건 제1 야당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당 대표부터 시대의 눈높이에 맞는 언론관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BS '8시 뉴스'는 클로징 멘트를 통해 홍 대표의 황당 발언을 다시 한 번 받아쳤다.
SBS 김현우 앵커는 클로징 멘트에서 "권력이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오늘 홍준표 대표가 SBS를 빼앗겼다고 말했는데 저희는 지금까지 자유한국당 소유였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KNN 뉴스도 4일 '앵커 리포트'를 통해 "홍준표 대표가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좌파 정권에 KNN도 뺏겼다고 발언했다"면서 "이 말이 사실이면 이 정부는 특정 언론을 강탈한 범죄 정부이고, 범죄 정부는 당연히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러나 KNN은 현 정부에 뺏기지 않았다. 소유는 물론 보도의 방향성도 공정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고, 지금도 지향한다. 여기에 특정 이념이나 특정 정당 편을 들지도 않았다"며 "홍 대표는 사실과 다른 말을 왜 했는지 KNN은 묻고 강력한 경고와 해명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KNN은 이뿐만 아니라 공식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홍 대표의 황당 발언에 분노한 앵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리면서 이번 사태를 쉽게 넘기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한편 홍 대표는 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된 'GO! With 청년 – 2030 청년 신년 인사회(청년 신년 인사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청년·서민 정책을 신랄하게 비난하면서 일본 아베 정부의 정책은 칭송하는 발언을 해 또 논란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