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유리 기자 = 부산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 아저씨를 상대로 황당한 '갑질'을 자행해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일 국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2017년 12월 건의함 민원 의결사항'이라는 아파트 공고문이 게재돼 이목을 끌었다.
공개된 공고문은 지난해 12월 28일 게재된 것으로 부산 지역의 한 아파트 입주민이 '건의함'에 넣은 민원에 대한 처리 상황을 알리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이 '민원'을 제기한 것인데 그 내용이 보는 사람들을 어이없게 만든다.
내용에 따르면 한 입주민은 "무거운 짐이나 장바구니나 양손이 무겁게 들고 있는 상태에서 아파트 입구 번호 누르는게 너무 힘듭니다. 경비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알아서 입구 문 열어 주셨으면 한다"고 적었다.
이어 "전에 계셨던 경비 아저씨는 알아서 문도 열어 주시고 하시던데 이번 경비 아저씨들께서는 그런 센스가 없으시네요. 안타깝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민원은 2017년 12월 27일 열린 입주대표회의에 정식으로 상정돼 "경비원 교육을 시키겠습니다"라는 의견 일치(?)를 이뤄냈다.
이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명의로 게재된 의견사항은 아파트 게시판에 공개돼 입주민들에게 '처리결과'로 공식 보고됐다.
황당한 공고문이 공개되자 많은 누리꾼들은 "요즘 유행하는 신종 갑질이다"라고 지적하며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아파트 경비원에 허드렛일을 시키는 '갑질'은 지난해부터 법으로 금지되고 있다.
윤관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입주자나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등은 경비원 등 공동주택 근로자에게 업무 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윤관식 의원은 "처벌 조항은 없으나 경비원에 대한 허드렛일 '갑질'이 법으로 금지되면 아파트 문화가 자율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유리 기자 yuri@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