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경비원을 '문지기' 취급한 한 아파트 주민의 갑질이 도마에 올랐다.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17년 12월 건의함 민원 의결사항'이라는 제목의 아파트 게시물 사진이 올라왔다.
주민들의 민원을 모은 해당 게시물에는 "무거운 짐이나 장바구니를 양손이 무겁게 들고 있는 상태에서 아파트 입구 번호를 누르는 게 너무 힘들다"고 적혀있었다.
이어 "경비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알아서 입구 문을 열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민원인은 "전에 계셨던 경비 아저씨는 알아서 문도 열어줬다"며 "이번 경비 아저씨들은 그런 센스가 없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입주자 대표회의 측은 "경비원 교육을 시키겠습니다"라는 간략한 답변을 남겼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입주민의 민원과 입주자 대표회의 측의 답변에 모두 분노를 드러냈다.
누리꾼들은 "경비원이 인간 자동문이냐", "저런 민원이 안건으로 상정될만한 사항냐"라며 민원인과 대표회의 측을 비판했다.
자신이 해당 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부끄럽다. 비밀번호를 못 누를 정도로 무거운데 입구까지는 어떻게 들고 왔대. 같이 못 살겠다"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처사는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에도 어긋난다.
경비원에 대한 갑질이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이를 막기 위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지난해 9월 2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안에는 입주자들이 공동주택 경비원 등의 근로자에게 본 업무 이외의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내리는 '갑질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경비원의 업무는 건물 방문자의 출입을 점검하고 불법침입, 도난, 화재, 기타 위험 방지와 재산을 '감시'하는 것이다.
쓰레기 분리수거나 입주민의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행위, 주민들이 드나들 때 일일이 문을 열도록 하는 행위 등은 본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갑질'이다.
그럼에도 경비원을 마치 '머슴'처럼 부리며 갑질을 일삼는 아파트들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에 부당한 지시의 범위를 명시하지 않아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부당한 지시를 받은 경우 경비원 본인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경비원들은 당장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없어 이를 묵묵히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한 위반 시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없어 법안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