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별님 기자 = 일제가 식민지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광개토대왕릉비의 비문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3일 방송된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는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김병기 교수가 출연해 '잃어버린 우리 문화, 한자'를 주제로 강의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 교수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이 식민지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의 광개토대왕릉비 비문을 조작했다"고 주장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과거 서점에서 우연히 광개토대왕릉비의 탁본을 발견한 김 교수는 "펴 보는 순간 글씨가 너무 좋아 필사를 하게 됐다"며 "그런데 전혀 다른 글자가 눈에 띄어 붓이 탁 막히더라"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붓끝을 막히게 한 글자는 '도해파(渡海破)' 였다.
해당 글자는 광개토대왕릉비 신묘년 기사에 있는 문장 "倭以辛卯年來渡海破百殘□□□羅以以爲臣"의 일부다.
뜻을 해석하자면 '신묘년에 왜가 바다를 건너와서 파해 백제와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라는 의미다.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치하하려고 세워진 광개토대왕릉비에 뜬금없이 '일본이 신라와 백제를 신민으로 삼았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도해파'라는 글자가 광개토대왕릉비에 있는 다른 글자와 글씨체가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해파'라는 글자는 광개토대왕릉비에 새겨진 다른 것들과는 달리 일제때 일본에서 유행하던 '명조체' 필체와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과거 '도해파'의 원본 글자를 찾기 위해 서예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랜 연구 끝에 '도해파'가 새겨진 자리에 '입공우(入貢于)'라는 글자가 있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김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문제의 문장은 '왜가 백제와 신라에 조공을 들이기 시작했으므로, 고구려는 왜도 신민으로 삼았다'가 된다.
광개토대왕릉비 비문에 대한 강의를 들을 패널들은 모두 "소름 돋았다"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
한편 김 교수의 주장은 현재 한국 고대사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고 있다.
광개토대왕릉비 신묘년 기사 관련 학설은 현재 학계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별님 기자 byu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