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평창 동계올림픽을 한 달여 앞둔 요즘 현역 시절보다 더욱 바쁘게 보내고 있는 은퇴 선수가 있다. 바로 '피겨 여신' 김연아다.
피겨스케이팅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피를 깎는 고통으로 성장한 김연아는 전 세계 대회를 휩쓸며 명실상부 최고의 피겨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2014년 소치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빙상계를 은퇴했다.
그러나 은퇴 후 '일반인'이 된 김연아는 지금이 더욱 바쁘다.
2014년 11월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 위촉되면서 유치부터 개막까지 올림픽 열기를 띄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
김연아는 '프로 참석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평창 올림픽과 관련된 행사엔 거의 빠짐없이 참석했다.
두 번의 올림픽 참가 경험을 살려 제72차 UN 총회에서 '평화 올림픽'을 위한 연설을 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이낙연 총리와 함께 성화 점화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그 누구보다 정신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김연아가 절대 빼놓지 않는 일이 있다.
한국에서 성장하고 있는 후배 피겨 꿈나무들을 돕는 일이다.
최근 김연아는 SBS 8시 뉴스에 출연해 "우스갯소리로 (후배) 선수들보다 일찍 태어나길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치열하고 간절함을 담아 연기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힘들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연아가 '일찍 태어나길 다행'이라고 말한 데에는 더욱 깊은 속내가 담겨 있다.
김연아가 피겨를 시작했을 당시 국내에서는 '피겨'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거의 전무했다.
값비싼 훈련비부터 빙상장 대여까지 모두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게 당시 한국 피겨의 현실이었다.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홀로 성장해온 김연아는 자신의 행보가 한국에서 피겨 선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밑거름이 되길 바랐다.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이를 통해 새로운 시설과 경기장이 확보되고, 관심과 후원이 많아져 빙상 선수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현역 시절보다 더욱 자주 매스컴에 등장하고, 각종 피겨 대회에 시상자로 참석해 후배들에게 직접 메달을 걸어주는 것 역시 그 일환이다.
비록 자신은 피겨 불모지에서 온갖 시련과 역경을 홀로 견뎌야 했지만 후배들은 '꽃길'을 걷길 바라는 선배의 마음이 '일찍 태어나길 다행'이라는 말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한편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8'을 통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한국 피겨스케이팅 대표팀이 최종적으로 꾸려진다.
올림픽 대표팀은 지난 7월과 12월에 열린 두 대회와 이번 대회 점수를 합산해 선발된다.
여자 싱글에는 총 2개의 티켓이 걸려있으며, 3위 안소현(319.93점)과 30점 이상 격차를 두고 있는 1위 최다빈(350.16점)은 이변이 없는 한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1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2위 김하늘(333.35점)과 3위 안소현 사이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남자 싱글은 단 1장의 티켓이 걸려있으며 현재 이중현이 459.12점으로 1위, 차준환이 431.58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