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2018년 최저임금 인상되면서 전국적으로 아파트 경비원 1만 여명이 해고 위기에 놓였다.
이러한 가운데 과거 경비원들의 대량 해고를 막고 임금 인상까지 단행한 아파트 입주민 대표의 노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 흔한 아파트 대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이는 지난 2014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으로,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들의 공생을 선택한 서울 성북구 석관동의 A 아파트 단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방송분을 살펴보면 해당 아파트에 근무하고 있는 경비원들은 최저 임금이 올랐지만 전혀 해고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입주민 대표 회의를 통해 경비원들의 고용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임금도 19%나 올랐다.
당시 임금 인상으로 수많은 아파트 경비원들이 해고된 터라 A 아파트 주민들의 행보는 '파격적인 결정'이라 불릴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경비원들이 소중한 직장을 지킬 수 있었던 데에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의 노력이 컸다.
A 아파트 입주자 대표 심재철씨는 신문을 통해 '공동주택의 전기료 지급' 방식이 크게 단일계약과 종합계약으로 나뉘어 있음을 알게 됐다.
확인해보니 아파트 공용전기 사용량을 줄이면서 '단일계약'으로 전환하면 오히려 한 가구당 부담하는 전기료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통해 전체 관리비를 내리면 굳이 경비원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 섰다.
심씨는 "누군가의 고통, 희생, 불편을 동반한 관리비 내리기는 '나쁜 관리비' 내리기"라며 예를 들어 "경비 아저씨 줄이는 것"이라 설명했다.
관리사무소 직원의 임금을 깎고, 청소 직원들의 숫자를 줄이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나쁜 관리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분들은 희생이고 주민들은 불편하고, 그런데 그 효과는 실제로 얼마 크지 않더라"라며 전기세를 아끼는 것으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심씨를 필두로 아파트 입주민 전원이 전기료 아끼기에 들어갔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코드를 뽑고, 잠잘 때나 외출할 때 인터넷 전원을 끄는 등 사소한 전기절약 습관을 늘려갔다.
또 전력소모가 큰 전등을 LED 등으로 바꾸고, 전기료 계약도 고압요금을 기준으로 '단일계약'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25개동 1998가구 중 1천여 가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연간 1억원가량의 전기요금이 절약된 것이다.
심씨는 "나도 직장을 그만두면 그 일을 할 수 있고, 우리 아버지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니 더불어 사는 어떤 하나의 가족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문제가 자연스럽게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3년 전 사례지만 심씨의 이러한 가치관은 현재 해고 위기에 놓인 1만 여명의 경비원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2018년 새해 첫날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서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경비원 수를 줄이거나 휴게 시간을 늘리는 꼼수가 빗발치고 있다.
실제로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는 경비원 일부를 해고하려다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휴게시간을 1시간 늘리는 것으로 합의됐다. 결국 임금이 줄어든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기존 직원들 업무량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경비원의 고용 안정을 위한 추후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 아파트 사례처럼 경비원과 입주민들이 함께 '상생'할 방법을 찾는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