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다래 기자 =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1987년 그들의 선택이 세상을 바꾸었다.
영화 '1987'이 "한국인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연일 관객들의 분노와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개봉 6일 만에 200만 명을 돌파한 해당 영화는 6월 항쟁의 불씨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처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누군가는 해야 했지만 하지 못했던 역사의 단면을 장준환 감독은 생생하고 리얼한 스토리로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연해냈다.
해당 영화가 "마치 80년도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극착받은 이유는 바로 배우들에게 있다.
실존 인물과 실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이들은 누구보다 배역에 완벽 몰입하며 관객들을 마치 80년도에 들어온 듯한 생생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알고 나면 더 진한 감동이 전해지는 배우들의 숨겨진 캐스팅 비화를 소개한다.
1. 김윤석, 오달수 '고(故)박종철 열사 고등학교 후배'
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장 역의 김윤석과 일간지 사회부장으로 잠시 얼굴을 비쳤던 오달수는 고(故) 박종철 열사의 고등학교 2년 후배다.
배우 오달수는 제작진을 찾아가 "작은 배역이라도 맡고 싶다"며 '셀프 캐스팅'을 자처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남다른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김윤석은 "영화 '1987' 출연이 내가 올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며 "고(故) 박종철 열사의 후배로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대사를 할 줄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2. 문성근 '고(故)문익환 목사의 아들'
극중 정권 실세인 안기부장 역을 맡은 배우 문성근은 고(故) 문익환 목사의 아들이다.
고(故) 문익환 목사는 군부독재시절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매진했던 인물이다.
영화 엔딩 장면에 "박종철 열사여, 이한열 열사여!"라고 소리친 인물도 바로 문익환 목사다.
1987년을 직접 몸으로 겪은 배우 문성근은 장 감독의 '악역' 제의에도 "만들어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흔쾌히 승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3. 우현 '고(故)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이끔'
실제 1987년 연세대 총학생회 집행부로서 고(故)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은 물론 49재 행사를 이끌었던 배우 우현은 "출연하게 되어 감회가 정말 새롭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현은 "87년도에 가장 치열한 대학생활을 보냈기 때문에 영화가 제작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남다른 감회가 있다"고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4. 조우진, 정인기 '셀프 캐스팅'
처음 시나리오가 충무로에 퍼졌을 때 많은 배우들이 장 감독에게 직접 출연 요청을 자처했다.
박종철 삼촌 역으로 등장한 조우진과 진실 성명서를 발표한 김승훈 신부 역할의 정인기 역시 '셀프 캐스팅'으로 출연이 성사됐다.
배우 조우진은 "어떤 역할이든 작품에 참여하는것 만으로도 정말 뜻깊은 일이고, 배우라면 무조건 해야 하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책임과 의무감을 가지면서 참여했다"고 뜻깊은 소감을 전했다.
이다래 기자 dara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