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라면 먹으러 분식집 들어갔다 '욕'만 듣고 나온 제천 소방관

인사이트Facebook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충북 제천 스포츠 센터 화재 당시 "소방관들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일부 비판 여론에 대해 현직 소방관이 입을 열었다.


지난 25일 페이스북 페이지 '119 소방안전복지재단'에는 '소방관을 제대로 알자'며 제천 화재 사건에 출동했던 동료 소방관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글이 올라왔다.


이날 글쓴이 A씨는 "늘 그래왔듯이 이번 제천 화재 참사로 인해 소방관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제천 화재 후 현장에 출동했던 B소방관과 통화를 했는데, 그의 첫마디가 가슴을 아프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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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이 워낙 좁은 지역이라 출동했던 B소방관의 지인 역시 많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B소방관의 친척도 참사의 희생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안타까운 상황에서 B소방관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 것은 사람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이었다.


실제로 현장에 투입돼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추위에 떠는 동료들을 위해 분식집에 들른 B소방관은 손님들이 "소방관들이 대처를 잘 못 해 이렇게 됐다"고 탓하는 것을 듣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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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귓가를 맴돈 탓에 B소방관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아무것도 사지 못한 채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A씨는 이에 대해 "그 지역에서 고개를 못 들고 다닐 만큼 사기가 저하됐다"며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4만 5천여명의 소방관들이 제천 소방관들과 같은 처지일 것이다"라고 한탄했다.


또 A씨는 산업화의 고도화와 건축물의 고층화로 화재와 재난·재해는 계속 일어나고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일들이 계속되면 소방관들은 소심해지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소방관 인원을 충원하고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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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건축법을 개정하고 소방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소방관들에게 응원과 관심을 줘야 제대로 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끝으로 A씨는 "소방관은 슈퍼맨도 어벤저스도 아니다"라고 토로하면서 "그저 최대한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는데 한 몸 바쳐 최선을 다하는 소방관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5일 화재 참사로 아내 정경자 씨를 잃은 유가족 김인동 씨는 "소방 공무원들을 절대로 벌주지 말아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날 "절이나 하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면 그게 끝"이라며 "징계나 인사 이동을 절대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천 화재로 아내 잃은 남편 "소방관들 절대 처벌하지 말아주세요"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한순간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편이 소방관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