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모두 구해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제천 화재 참사로 숨진 희생자 29명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소방관들은 다 구조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숙였다.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25일 오후 3시께 조종묵 소방청장과 이일 본부장 등 충북소방본부 관계자 8명이 제천 체육관에 마련된 제천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이날 소방관들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헌화와 분향을 한 뒤, 깊은 묵념과 경례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몸에서 열이 나도록 화재 현장을 뛰어다녔지만 끝내 구하지 못했던 29명의 목숨 앞에 소방관들의 한 번 떨궈진 고개는 쉬이 올라오지 않았다.
조문을 마친 조 청장은 우연히 유가족을 만나 "죄송합니다"라며 사죄의 뜻을 전했다.
유가족은 그런 조 청장에게 질책과 원망 대신 격려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조 청장은 다시 한 번 유가족에게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1일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불이나 29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초기 소방관들이 '늑장 대응'해 초동 진화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러나 불법주차 차량으로 소방차 진입이 늦어진 점, 2톤 LPG 가스통 폭발을 막기 위해 주변 진압부터 이뤄진 점, 인력이 적어 현장 동원된 소방관들이 부족했던 점 등이 드러나면서 열악한 소방활동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 현직 소방관은 이번 제천 참사를 두고 "소방관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능력을 발휘할 여건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현장 소방관 인력을 늘리고,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