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참사를 두고 소방대원이 늑장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2층 유리창을 깨지 않고 바깥에 물만 뿌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소방당국은 화재 인근을 먼저 진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지난 22일 오후 5시 이일 충북도 소방본부장은 충북 제천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화재 초기 대응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건물 1층 바로 옆 붙어있는 LPG 저장 탱크를 발견했다.
해당 탱크는 스포츠센터에 난방용 가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일반 가정용인 20kg 용량의 LPG 통이 폭발할 경우 반경 약 10m가 파괴된다. 만약 2t 짜리 LPG통이 폭발한다면 이는 거의 '폭탄' 수준과 다름없다.
특히나 현장 주변에는 피해자 가족, 소방대원, 동네 주민 등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 자칫 더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지난 9월 경기 광주의 한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톤 LP가스통이 폭발하면서 파편이 50m까지 튀고 21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소방당국은 "주차장에 있는 15대 차량이 옮겨붙은 불로 불길이 거셌다. 인근 LPG 탱크 폭발 방지를 위해 그쪽부터 먼저 진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LPG 탱크 폭발을 막기 위해, 인근 화재 진압과 건물 화재 진압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 역시 같은 날 오전에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진화) 시간이 조금, (늦어진) 그런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제천 참사로 소방당국에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한 현직 소방관이 장문의 글을 올려 도내 소방관으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소방관 A씨는 무엇보다 턱없이 부족했던 인력이 참사를 키운 궁극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충북 제천시는 특별시, 광역시와 다르게 인력이 많이 부족한 '도 소속' 소방공무원이다.
제천 참사처럼 대형 화재의 경우 큰 파이프로 불을 진압해야 한다.
그런데 수압이 센 파이프를 들려면 성인 최소 2명에서 3명이 필요하다. 이를 감당할 인력이 없어 혼자서 들 수 있는 작은 소방파이프를 사용해야 하는 게 도내 소방공무원의 현실이라고 A씨는 주장했다.
구조대도 마찬가지다. 법정 기준상 한팀 장 최소 6명에서 8명의 구조대가 있어야 하지만 도 소속 구조대는 평균 3~4명 수준에 그쳤다.
A씨는 "소방관들이 능력이 없다기보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며 이번 제천 참사 소방관들을 향한 비난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