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매일 '12시간' 살인노동 시달리는 집배원, 근로시간 대폭 줄인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살인적인 물량과 장시간 노동 등 집배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의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인력을 증원하는 등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22일 우정사업본부는 본부 내 7개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집배물류 혁신전략 10대 추진과제' 설명회를 열었다.


먼저 우체국은 집배원이 연가, 병가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인력을 1천여명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유족 


실제로 지난 9월 서광주우체국 소속 이모 집배원은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라는 유서를 남긴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지난 7월에는 20년차 베테랑 집배원 고모씨가 물량이 늘어났음에도 인력 충원이 되지 않은 현실에 분통을 터트리며 분신을 시도해 끝내 사망했다.


이에 우정본부는 집배원의 노동 강도를 줄이고 휴식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인력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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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들의 근로시간도 줄어든다. 집배원들은 대개 오전 6시부터 7시께 출근해 분류 작업을 마친 후 오후 7시 30분께 퇴근한다.


하루 12시간을 꼬박 일해야하는 것이다. 여기에 명절, 연말 등 우편물이 집중되는 기간엔 밤 11시가 넘도록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우정본부는 집배원의 근로시간은 주 52시간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모든 우편물을 집배팀별로 구분하는 등 장시간 근무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공동작업을 해소한다.


장기적으로는 우편물 구분을 대신할 수 있는 우편물 구분기를 개발해 2020년까지 모든 배달우체국에 보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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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 배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초소형 사륜차'도 도입된다.


사륜차는 많은 양의 우편물을 실을 수 있을뿐더러 냉난방이 가능하고 오토바이보다 더욱 집배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이밖에도 배달 업무를 경감하기 위해 무인우편함 배달정보화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집배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그동안 국민들에게 우려를 끼쳤던 집배원 과로사 등의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우정노조는 우정사업본부와 제98차 노사협정서를 체결했으며 양측은 이를 통해 제도개선, 근로조건, 복리후생에 관한 총 33개 안건에 대해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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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정사업본부가 10대 추진과제를 발표한 이 날 또 한 명의 집배원이 배달 중 오토바이 사고로 숨을 거뒀다.


서울 광진우체국 소속 故 이희곤 집배원은 오전 11시께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면서 마주오던 차량과 부딪혔고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5시 30분경 심정지로 사망했다.


특히 고인에게는 오는 1월 출산 예정인 아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故 이희곤 집배원 사망 소식을 알린 전국집배노동조합 측은 "집배원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폭우에도, 아파도 배달해야"…올해만 집배원 13명이 세상을 떠났다올해만 벌써 13명의 집배원이 목숨을 거두면서 살인적인 노동강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월 첫 아기 태어날 준비하던 집배원, 배달 중 사고로 사망내년 1월 태어날 아기를 맞이할 준비 중이던 우채국 집배원이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22일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