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자신을 현직 소방관이라고 소개한 어느 누리꾼이 충북 제천 화재 참사에 대해 글을 남기며 소방관으로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21일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9명의 소중한 생명이 스러졌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소방당국의 미숙한 초기 대응에서 비롯된 인재였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보도를 접한 국민 사이에서도 소방공무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이러한 반응을 접한 어느 현직 소방관이 지난 21일 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의견을 게재하며 누리꾼들의 눈길을 모았다.
자신을 소방공무원이라 소개한 A씨는 "우선 이번 화재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마음 아픈 댓글들을 보고 이렇게 글을 쓴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먼저 "안전에도 빈부격차는 존재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특별시나 광역시 소속 소방과 도 소속 소방의 가장 큰 차이는 소속 소방공무원의 인원수다.
A씨는 특별시, 광역시와는 다르게 도 소속 소방공무원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충북 제천시 소방도 마찬가지였다. A씨는 도 소속 소방이기 때무에 그만큼 인원이 적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소방 인력 부족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그 예로 A씨는 차를 운전할 사람이 없어 화재에 소방차를 투입하지 못하는 경우 등을 들었다.
특히 화재 진압 상황에서 문제가 크다. 물을 뿜어내는 소방파이프의 경우 직경이 다 다르다.
제천 화재 사고처럼 대형 화재의 경우 큰 파이프로 화재 진압을 해야 한다.
A씨는 "수압이 센 큰 파이프를 들기 위해서는 건장한 성인 최소 2명에서 3명은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혼자서 소방파이프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작은 파이프를 사용해야 하므로 화재 진압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A씨의 설명이었다.
구조대도 마찬가지다. 법정 기준상 구조대는 한 팀당 최소 6명에서 8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A씨는 "도 소속 구조대는 한 팀에 평균 3~4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A씨는 "소방관들이 능력이 없다기보다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비쳤다.
또한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을 요구하는 건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이러한 안전 관련 문제들 때문에 국민을 위해서 국가직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적으며 글을 끝맺었다.
한편, 앞서 충북 제천 화재에 대해 일부 언론은 소방당국을 향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늑장 대응을 했다", "사다리를 쓰지도 않았다", "건물 유리창을 깨면서 적극적으로 구조 활동을 해야 됐는데 그러지 않았다" 등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소방당국은 22일 오후 브리핑을 열어 해당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은 먼저 "현장에 출동했을 때 주차된 불법주차 차량들로 인해서 굴절사다리차 등 대형 소방차들이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출동 소방관들은 불법 주차된 차들을 직접 옮긴 후에야 화재 건물에 다가갈 수 있었다.
실제 사고 당시 소방당국의 소방차들이 주변 불법 주차 차들로 먼 거리를 우회하고, 소방관들이 직접 차를 옮기는 장면이 인근 CCTV에 포착되며 사실이 입증됐다.
이 소방본부장은 "현장에서 유리창을 왜 안 깼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불길 바로 옆에서 2톤 규모의 LPG 가스통이 있었고, 폭발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함부로 유리창을 깰 수 없었다"고 그는 전했다.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