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제천시 스포츠 센터 화재사고에서 한 이발사의 용기가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했다.
21일 충북 제천의 한 8층짜리 스포츠 센터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치는 대형참 사가 발생했다.
사망자 가운데 20명은 2층 여성 사우나 시설에 있던 여성들이었다. 이 지점에 피해가 집중된 것은 발화 지점인 필로티 구조의 1층과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3층 남탕에 있던 10여명은 사우나 이발사가 불이 난 것을 일찍 알아차리고 대피를 유도해 화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날 오후 3시 55분께 남자 사우나 이발사 김종수(64) 씨는 여느 때처럼 이발 손님을 받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화재 비상벨이 울리고 창밖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았다.
김씨는 "불꽃이 튀더니 순식간에 유독 가스가 목욕탕 3층까지 밀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를 본 김씨는 3층에 있던 손님 10여명에게 이를 알리고 비상계단으로 대피하도록 유도했다.
순식간에 밀려든 유독 가스에 손님들은 미처 옷도 입지 못한 채 줄지어 뛰쳐나갔다.
김씨는 "비상계단을 몰라 혹시 대피를 못 하는 손님이 있을까봐 3층에서 5분 정도 대피 유도를 하느라 연기를 마셨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건물에는 목욕탕, 스포츠센터, 레스토랑 등 다중이용시설이 집중돼 있어 낮에도 많은 사람이 이용 중이었다.
현재 남자 1명을 제외한 사망자 28명의 신원은 모두 확인된 상태다.
사망자는 2층 여성 사우나에서 20명, 6층 헬스장에서 2명, 7층 헬스장에서 4명, 6층과 7층 사이 계단에서 2명, 8층 레스토랑에서 1명이 발견됐다.
3~5층에서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2층에 비해 대피할 여유가 있었고 상대적으로 가연성 물질이 적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