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아내 손보니 지문 다 닳아 있더라"…제천 참사로 아내 잃은 남편의 절규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아내 시신을 확인해보니 지문이 다 사라져 있더라. 유리창을 깨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까"


목욕탕을 간다고 나갔다가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아내의 시신을 보며 남편은 오열을 금치 못했다.


지난 21일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시설에서 불이나 2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사망자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은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들의 울분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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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로 아내를 잃은 류모(59)씨는 "목욕을 하러 갔던 아내를 잃고 나니 모든 것이 허망하다"며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절규했다.


무엇보다 숨진 아내의 손을 보고 류씨는 원망 섞인 울분을 토해냈다. 아내의 손에 지문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류씨는 "아마 사우나 안에서 유리창을 깨려고 애를 쓰면서 손이 심하게 훼손된 것 같다"며 살기 위해 몸부림쳤을 아내 생각에 가슴 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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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씨의 아내는 두꺼운 외투만 걸친 채 불이 난 건물 2층 여자 목욕탕에서 처음 발견됐다.


손바닥이 심하게 훼손돼 있어 신분 확인이 어려웠다. 참사가 발생한 날, 밤 11시가 넘어서야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편은 "아내가 옷가지라도 걸치고 탈출하려다 시간을 놓친 것 같아 더욱 가슴 아프다"고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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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참사로 아내를 떠나보낸 남편은 또 있다. 남편 윤모(53)씨는 화재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기 너머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내는 "살려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매캐한 연기 때문인지 자꾸만 콜록거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내와 통화를 끝낸 윤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다.


이후 여러 차례 아내에게 전화했지만 아내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불과 5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결국 아내는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윤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선명하게 찍힌 아내와의 마지막 통화내역을 보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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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형 참사로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서울병원장례식장, 명지병원장례식장, 제일장례식장, 세종장례식장, 보궁장례식장 등으로 분산돼 안치됐다.


제천시는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유족들과 합의했다. 합동 분향소는 제천체육관에 마련될 예정이다.


한편 참사 다음 날인 오늘(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사 현장을 방문했다.


애초 이날 공개일정이 없었으나 비서실장, 수석비서관들과의 회의를 통해 사고 현장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현장에서 상황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추가 인명 피해 최소화 등 후속 대책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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