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전국이 강추위에 떨었지만 그날 우리는 정말 춥지 않았습니다"
지난 13일 광주 호남대학교에서 청소원과 경비원으로 일하는 노동자 40명은 특별한 점심 식사에 초대받았다.
호남대 조리과학과 동아리 '랑콩드레 데 셰프'(셰프들의 모임) 학생들이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학생들은 앞선 10월 학교 측이 주최한 동아리 공모전에서 "학교를 청소하고 우리의 안전을 도와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식사를 제공하고 싶다"는 프로젝트를 제안해 선정됐다.
학교로부터 비용을 지원받게 된 학생들은 매주 스터디를 통해 어르신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선정하기 위해 고심했다.
이들은 수차례 회의를 거쳐 한식과 중식, 양식 등 28가지 메뉴를 정하고 직접 장까지 봤다.
행사 당일 조리학과 푸드코디실에 들어선 노동자들은 "이야~ 너무 예쁘다", "대박"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행사장에는 알록달록한 테이블보가 깔리고 반짝이는 등을 매단 크리스마스트리도 장식됐다.
식탁에는 한우 갈빗살 구이, 부귀 새우, 칠리 새우, 캘리포니아롤 등 평소 쉽게 맛보기 힘든 음식들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만한 가지호박구이나 모둠회덮밥 등도 곁들여졌다.
음식을 마주한 노동자들은 "이야 5성급 호텔 뷔페네", "너무 예뻐서 먹기 아까워서 어떡하나"라며 칭찬을 연발했다.
이들은 "최고급 호텔 요리보다 훌륭한 점심이었다"며 "맛도 좋았지만 차려놓은 음식에서 어린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 김모(59)씨는 "학생들에게 이런 대접을 받으니 눈물이 날 뻔했다"며 "최고의 식사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을 성심껏 돕고 싶다"고 밝혔다.
행사 후 쏟아진 긍정적인 반응에 조리과학과는 매년 이들에게 뷔페를 대접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재 랑콩트레 데 셰프 회장은 "조리과학과 특성상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만 싫은 내색 한 번 않고 치워주셔 꼭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며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니 정례화하는 방안을 학교 측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