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강릉 지역 대학생들이 올림픽을 앞두고 지낼 곳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5일 경향신문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특수를 노리고자 대학생들을 내보내고 있는 강릉 원룸 임대업자들의 꼼수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 강릉의 한 대학에 다니고 있는 박모 씨는 최근 원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을 하려다 주인에게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빙상 경기가 열리는 2월 중에는 일단 방을 비우고, 재계약은 3월에 하자"는 통보였다.
박씨는 "집주인이 한 달 동안 방을 비워주면 월세를 고작 10만원 깎아주겠다고 했다"며 "한 달 동안 짐은 어떻게 할 것이며, 어디로 가있으라는 것인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원룸 임대업자들이 올림픽 기간 동안 관광객에게 비싼 값으로 방을 임대하고자 원래 살고 있던 대학생들과의 재계약을 미루고 있다.
올림픽 기간 관광객들에게 방을 내주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훨씬 쏠쏠하기 때문이다.
대학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올림픽 기간에 인근 원룸을 얻으려면 월 100만원 이상은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평소 월세가 평균 30~40만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3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강릉원주대 총학생회가 최근 이틀간 파악한 피해 사례만 해도 1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심지어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도 방을 빼라고 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1~2월은 새 학기를 앞두고 원룸 재계약이 집중되는 시기라 학생들의 피해는 늘어나고 있다.
재계약은 원룸 주인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아 학생들로서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 시기 계절 학기 수업을 듣기 위해 자취방에 남아있을 계획이었던 학생들은 갈 곳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기숙사에도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강릉원주대는 지난 12일 다음 달 2일부터 올림픽이 마무리되는 2월 26일까지 기숙사를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 위원회에 대여한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기숙사 외 다른 학교 시설도 올림픽 조직 위원회나 경찰 등 외부 기관에 개방된다는 사실을 공지하며 "불편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올림픽의 성공과 학교 홍보를 위해 조금만 참아 달라"고 공지했다.
이에 강릉원주대 총학생회는 13일 성명을 발표하고 "국가 행사인 올림픽을 위해 기숙사 일부를 숙박 시설로 내줄 수 있으나 그전에 이해 당사자인 학생들과 충분히 협의하는 게 상식"이라며 "피해를 받는 학생들을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한빛찬 총학생회장은 "임대인이 자기 이익을 위해 학생들을 내쫓고 있는데 이럴 때 나서 학생들을 도와줘야 할 학교가 기숙사조차 내주지 않아 학생들이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