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나는 의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의료사고 때문에 운영하던 병원이 망한 뒤 현재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의사다.
그런데 몇달 전부터 아내가 아프다고 했다. 내가 의사인데도 나는 아내에게 동네 근처 병원에 가서 약 지어 먹으면 된다고 했다.
왜 이토록 나는 후회할 일을 벌였을까. 내가 좀더 아픈 아내에게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아니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지금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텐데.
병원 말아먹은 것도 모자라서 아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무뚝뚝하게 대했던 내 자신이 그저 한심스럽다.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다.
지난 9일 방송된 tvN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는 아내 인희(원미경)이 난소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절규하는 남편 정철(유동근)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몇달 전부터 아랫배가 따끔거리더니 아무리 약을 먹어도 오줌소태가 나아지지 않자 아내 인희는 남편 정철이 일하는 병원을 찾아갔다.
앞서 아내 인희는 남편 정철에게 병원에 찾아갈 거라고 말했지만 남편 정철은 오히려 동네 병원에 가도 된다면서 아내 인희에게 무심하게 굴었다.
남편 정철은 의료사고로 운영하던 병원이 망해 어렵사리 들어간 병원에서 재계약이 불발돼 심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라 아내 인희를 챙겨줄 여력이 없었다.
아내 인희는 남편 정철이 야속했지만 늘 그래왔던터라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넘어갔다. 그리고 남편이 근무하는 병원 산부인과 윤박사(길혜연)에게 찾아가 검사를 받았다.
초음파 검사가 진행될수록 윤박사의 표정은 어두워져만 갔고 윤박사는 인희에게 CT 촬영을 제안했다.
늦게까지 병원에 남아 인희의 CT 사진을 들여다보던 윤박사는 늦은 밤 선배인 정철에게 전화를 걸어 잠시 병원에 나와줄 것을 부탁했다.
정철은 윤박사가 머뭇거리자 "무슨 일인데 이렇게 뜸을 들이냐?"고 물었고 윤박사는 결심했다는 듯이 "언니 검사 결과가 나왔다"며 "난소암이다"고 말했다.
윤박사는 "단순한 방광염인지 알았는데 초음파, CT 검사를 해보니깐 난소암이다"며 "다른 장기에도 징후가 보인다. 위랑 폐도 이미 전이가 됐다"고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남편 정철은 말을 잃었고 그 시각 아내 인희는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치매 걸린 시어머니(김영옥) 챙기기에 바빴다.
충격에 빠진 남편 정철은 "아프다고 했다. 아프다고 했는데..."라며 "내가 동네 근처 병원가서 약 지어 먹으면 된다고 했다"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아내 인희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정철은 난간을 부여잡고 끝내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며 아내를 향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마침 집에서는 시어머니가 인희에게 행패를 부리고 있었고 집에 돌아와 이 모습을 본 정철은 그만 참아왔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정철은 술에 취해 제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하는 삼수생 아들 정수(최민호)의 얼굴을 때렸고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아내 인희가 정철에 밀려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진 아내 인희 모습을 본 남편 정철은 "지 몸 하나 간수 못해서 죽을 지도 모르는게 지금 누굴 가르치려 들어. 야 이 등신아!"라고 소리치며 인희에게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실을 전해 안방극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한편 시한부 판정 받은 엄마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tvN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매주 토, 일 밤 9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