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맛보고 극찬한 것으로 알려진 롯데주류 맥주 '피츠'가 출시 6개월이 지난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출시 당시 '상표 표절' 논란에 휩싸인 '피츠'는 비난 여론까지 감수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지만 시장 점유율이 오르지 않아 그룹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6월 롯데주류는 배우 조정석을 모델로 세워 '마신 후 3초면 알게 되는 최적의 깔끔함'이라는 키워드로 신제품 맥주 '피츠' 홍보에 열을 올렸다.
'피츠'는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 출시 이후 3년 만에 롯데주류가 야심차게 내놓은 맥주였다.
대대적인 홍보 덕분이었을까. 롯데주류 맥주 '피츠'는 출시 100일만에 4천만병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해냈지만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사실 '피츠'는 출시될 당시 상품 콘셉트에서부터 발음, 심지어 광고 영상까지 일본과 미국 등에 유통되고 있는 다른 업체들과 비슷해 '표절' 논란이 일었다.
국내에서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루트비어 업체인 '피츠(Fitz's)'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일본 롯데의 인기 껌인 '피츠(Fit's)'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베끼기 달인' 롯데그룹의 신상품답다는 구설에 휘말렸다.
또 조정석을 모델로 선보인 '피츠' 광고 영상 역시 2011년 오비맥주가 배우 공유를 모델로 선보인 OB골든라거 광고와 구성이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롯데주류 홍보팀 관계자는 인사이트와 통화에서 "'Fit'은 일반동사로 다양한 제품명에 사용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 함께 부담없이 즐길 수 있고 어떤 음식과도 꼭 어울린다는 제품의 속성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해 브랜드명을 'Fitz'라고 결정했다"고 '상표 표절' 논란을 부인했다.
하지만 맥주 '피츠'가 출시된지도 어느덧 6개월 차에 접어 들었지만 롯데주류가 '상표 표절' 논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롯데주류가 내놓은 맥주 '피츠'로 인해 발생한 적자를 롯데칠성음료 '효자 상품'인 칠성사이다 등으로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기준 롯데칠성음료 영업이익은 36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2.0%나 감소했다.
매출액은 6천 684억원으로 4.2%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393억원에서 마이너스 2,28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롯데칠성음료 올해 3·4분기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주요 원인은 주류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참고로 롯데칠성음료는 '효자 상품' 칠성사이다를 갖고 있는 음료사업부와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와 '피츠' 등 주류사업부인 롯데주류로 구분돼 있다.
롯데주류가 청량감과 깔끔한 맛을 내세워 맥주 '피츠'를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적자를 기록했고, 이를 칠성사이다가 대신 해결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출시 초반 '표절' 논란에 휩싸인 탓에 롯데주류의 광고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으로 각인돼 '피츠' 브랜드가 널리 홍보되지 못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풀이했다.
그렇다면 지금 롯데주류 맥주 '피츠'는 목표치대로 잘 가고 있는 것일까.
지난 5월 이재혁 롯데그룹 부회장(식품부문 BU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피츠' 매출 목표를 700억원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재혁 부회장은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 매출 900억원과 신제품 '피츠' 매출 700억원 등 맥주 부문에서 총 매출 1,600억원을 달성해 맥주 시장 점유율 15%를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주류 홍보팀 양문영 수석은 "구체적인 매출이나 수치를 따로 공개하지는 않는다"며 "안정적으로 잘 가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공격적인 마케팅 등으로 맥주 '피츠'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롯데주류와 달리 소비자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면서 여전히 냉담하다.
한 브랜드 전문가는 "피츠는 주류 맥주로 포지셔닝하지 못하고 일부 소비자들의 '개인 취향'에만 어필한 측면이 강한다"며 "지금 하고 있는 마케팅 활동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 대중적인 브랜드로 자리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등에 따르면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가 60%로 압도적으로 높다. 그 뒤를 이어 하이트진로 26%, 롯데주류 4~5%, 수입맥주 10% 순이다.
올해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와 '피츠'로 맥주 시장 점유율 15%를 차지하겠다는 목표치와 무려 10%나 차이를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극찬했다는 맥주 '피츠'가 전반적인 맥주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만큼 큰 충격을 주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롯데주류는 맥주 '피츠'가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적자를 보이고 있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부에서 롯데주류 맥주 '피츠'를 바라보는 시각과 외부에서 보는 시각이 엇갈린 가운데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재혁 부회장이 내건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현 추세대로라면 롯데주류 맥주 '피츠' 수익성 실현 시점이 과연 언제가 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일 수밖에 없다.
맥주 '피츠'에 사활을 걸고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롯데주류가 실적 부진을 딛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을지, 아니면 외면 받고 시장에서 퇴출될지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