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빅토르 안(안현수)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푸틴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동쪽으로 약 400km 거리의 중부 도시 니즈니노브고로드의 GAZ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의심의 여지없이 어떤 봉쇄도 선언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선수들이 원할 경우 '개인 자격'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의 결정에 대해 "이 모든 것은 전적으로 조작되고 정치적 동기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다시 한 번 말하건대 러시아는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려는 선수들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5일) IOC가 조직적 도핑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하고 개인 자격 출전만 허용하는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현지에서 올림픽 보이콧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앞서 5일 IOC는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 위원회를 열고 "IOC는 러시아 국가 올림픽 위원회(NOC)의 자격을 정지시킨다"면서 "(도핑을 통과해) 결백한 러시아 선수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올림픽기를 달고 출전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IOC가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을 공식적으로 막은 것인데, 해당 발표 이후 다수의 러시아 체육계 인사와 정치인들은 '러시아를 모욕하는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올림픽 출전 자체를 전면 거부(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평생 올림픽을 준비한 선수들을 위해 개인 자격 참가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러시아 현지에서는 보이콧 찬반 논쟁이 일었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절대 권력' 푸틴 대통령이 보이콧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 덕분에 개인 자격 출전을 원하는 러시아 선수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물론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ROC)가 오는 12일 올림픽 출전 후보 선수들과 코치, 개별 종목 협회 대표 등이 참석하는 '올림픽 회의'를 열고 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절대 권력' 푸틴 대통령이 보이콧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해당 회의는 형식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러시아 선수들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되면서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도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현재 모교인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에서 훈련 중인 빅토르 안은 IOC의 결정에 대해 "평창은 포기할 수 없는 무대다. 만약 러시아가 보이콧 선언을 하지 않는다면 개인 자격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설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그는 "러시아가 보이콧을 할 경우에는 잘 모르겠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빅토르 안이 이 같은 심경을 토로한 이유는 러시아의 반대에도 올림픽 출전을 강행하면 러시아 내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보이콧을 하지 않을 것이며 개인 자격 참가를 막지 않는다고 발언하면서 빅토르 안은 옛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문제없이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옛 조국에서 메달을 딴 후 은퇴하겠다'는 그의 꿈도 실현 가능하게 됐다. 사실 빅토르 안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현역에서 은퇴하려고 했지만, 옛 조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자신의 마지막 무대로 삼으면 더 뜻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은퇴를 미루고 있었다.
한편 IOC는 러시아가 징계를 받아들일 경우에 한해 러시아 국기 게양을 일부 허용할 뜻을 밝혔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6일 "러시아가 어제 IOC의 결정을 준수한다면 국기와 유니폼을 폐막식 때는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