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에게 부당한 일을 당해 파산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을 지켜달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지난 5일 생물정화기술 업체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자동차를 비판했다.
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대차가 비제이씨가 가지고 있던 기술을 탈취해 따로 특허 출원하면서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비제이씨는 2004년부터 현대차 설비에서 발생하는 독성유기화합물을 자체 개발한 특허기술인 미생물로 처리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나 현대차가 비제이씨의 특허 미생물을 훔쳐 경북대와 함께 재개발한 뒤 특허를 취득했다는 게 최 대표의 주장이다
비제이씨는 지난해 4월 현대차와 경북대의 공동 특허를 상대로 특허 무효 심판 소송을 제기했고 특허심판원이 지난달 21일 해당 특허가 무효라고 결정하면서 비제이씨가 승리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며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도 현대차에 3억원 배상 결정을 내렸지만, 현대차는 이를 거부했다.
최 대표는 "2년을 힘들게 버텼는데 앞으로 5년을 더 현대차와 싸워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대형법무법인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버텨낼 여력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오엔씨엔지니어링 박재국 대표도 같은 기자회견에서 6년 사이에 두 번이나 현대차에 기술탈취를 당했다"며 "현대차가 탈취한 기술을 다국적기업(SKF)으로 유출해 우리 회사는 파산에 직면했고 해외 시장 판로도 막혀버린 상태"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2010년 3월 현대차가 프레스설비 부품 개발을 요청해 2011년 5월 관련 부품 개발을 완료했고 현대차 담당자의 요청에 따라 개발된 제품 2세트를 무료로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후 현대차는 박 대표가 개발한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다른 제조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울산공장에 설치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주장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달 27일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수사기관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의 글을 청와대 사이트에 공개했다.
해당 청원에는 6일 오전 11시 현재 3,400여 명이 참여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들 중소기업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는 비제이씨의 주장과 관련해 "수성도료 수처리 공법을 위해 비제이씨의 미생물제 제품을 사용했고, 이 실험·연구 결과를 토대로 2006년 공동 특허를 출원했다"며 "하지만 2013년 11월~2014년 3월 악취 민원이 발생한 뒤 비제이씨측이 가져온 성능 개선 미생물체로 1, 2차 테스트를 거쳤으나 효과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오엔씨엔지니어링의 주장에도 "오엔씨는 볼스크류 도·소매, 수입 판매 업체로 현대차는 이미 개발돼 수입된 볼스크류 공급·사용 가능 여부를 타진한 것일 뿐 오엔씨에 별도의 기술 개발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