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최근 친일파 후손의 집과 독립유공자 후손의 집을 비교한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 8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배정훈 PD가 본인 SNS에 공개한 사진에서는 한눈에 봐도 차이가 나는 집 두 채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한 집은 높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잘 가꿔진 정원이 있는 고급 주택이었고 다른 한 집은 슬레이트로 지붕과 담을 세운 시골의 작은 주택이었다.
과거 우리나라를 무력으로 점령한 일본에 빌붙어 같은 한국인을 수탈하고 약탈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의 후손은 크고 화려한 여전히 떵떵거리며 잘 살지만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쳤던 투사의 후손은 쓰러질 듯한 주택에 사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진이었다.
여기에 며칠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친일파 후손인 게 죄냐"고 묻는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글을 쓴 누리꾼 A씨는 본인 할아버지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 있다며 글을 전했다.
A씨가 글을 통해 "소송 중인 것도 있다"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정부와 친일 재산 환수를 두고 소송 중인 토지 또는 재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속상하다"며 "제가 저희 아빠 엄마를 선택하지 못한 것처럼 저희 엄마도 외할아버지를 선택하지 못했을 텐데 그게 죄냐"라고 물었다.
이어 "물론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얼굴도 못 본 할아버지가 친일파라는 것을 내가 부끄러워해야 하는 거냐"라며 " 연좌제가 있는 나라도 아닌데 왜 내가 욕을 먹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물론 A씨의 입장에서는 속상함을 표현할 수 있다.
A씨가 주장한 것처럼 본인이 태어나고 싶어 친일파의 후손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할아버지에게 죄가 있다면 거기에서 끝낼 일이지 본인에게까지 피해가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누리꾼은 A씨와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 누리꾼은 "욕먹을 일도 아니고 비난 받을 일도 아니다"라면서도 "친일로 인해 재산을 늘어나서 그걸로 조금이라도 이득을 보면서 살았다면 부끄러움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라는 말로 A씨의 잘못을 지적했다.
본인이 친일파 할아버지를 선택한 것은 죄가 아니지만 할아버지의 '친일 행적'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은 '잘못한 점'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A씨의 글에는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같은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을 맞아 독립 유공자와 유족을 청와대에 초청해 식사를 함께하며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사라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부당함으로 지적돼 온 독립 유공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독립 유공자 사망 시 인편으로 직접 태극기를 전하고 대통령 명의의 근조기와 조화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늦기 전에 독립유공자와 유적을 더 많이 발굴하고 연구해 역사에 기록되게 하겠다"며 "대한민국 건국 100년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100년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로 앞으로의 다짐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