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다래 기자 =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각기 다른 '사랑 방식'으로 30살 청춘을 보내는 3명의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 자의든, 타의든 현실과 타협하며 부딪히는 인생의 '성장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이 시대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대기업 탄탄대로를 거부하고 나만의 꿈을 찾아 나섰지만 당장 이번 달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고달픈 현실에 '계약 결혼'까지 감행한 여자.
7년 사귄 남친과 자연스레 결혼을 꿈꿨지만 '가장'이 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남자친구의 처절한 몸부림에 강제 이별 당한 여자.
굵직한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몸이 아픈 어머니를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인스턴트식' 사랑만 찾아다니는 여자.
현실에 굴복한 3명의 여주인공을 아무도 탓하거나 욕할 순 없다. 계약결혼을 감행한 가짜 남편의 잘못도, 결혼이 부담스러워 이별을 고한 7년차 남친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연애도 현실에 맞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 시대 청춘들의 삶이 고달플 뿐이다.
이 시대 청춘들의 '현실 연애'를 그대로 보여주는 여주인공 3명이 말하는 '꿈, 사랑, 일'에 대해 소개한다.
1. 사랑이 아닌 '수지타산'에 맞춰 계약 결혼한 '모솔' 윤지호
서울대를 졸업한 뒤에도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작가의 꿈을 위해 보조작가로 10년째 고군분투하지만, 인생의 꿈만을 좇기엔 당장 이번 달 월세를 감당해야 하는 뼈아픈 현실에 직면한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감독에게 성폭행까지 당할 뻔 했던 그는 결국 작가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찾아나선다.
'홈리스' 윤지호는 결혼도 사랑이 아닌 '수지타산'이 맞는 집주인과 계약서를 쓰고 진행한다.
윤지호는 "혹시 나 좋아해요?"라는 집주인 남세희의 질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요"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애정이나 사랑, 뭐, 이런 게, 적어도 2년 동안은 필요 없을 것 같다. 나한테 지금 필요한 건 저 방이다. 그리고 사실은 살면서 한 번쯤은 결혼이 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집 한 채 마련하기에도 숨 가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윤지호의 "사랑해서 결혼하는 건 금수저들이나 하는 의식"이라는 말이 가슴에 콕 박힐지도 모른다.
집주인 남세희는 말했다.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빗나간 전통의 강제일 뿐 비효율적이며 비인권적이다"라고.
2. '현모양처'를 꿈꾸지만 결혼에 부담을 느낀 7년 차 남친에게 차인 양호랑
"난 그냥 남들처럼 똑같이 평범하게 살고 싶어. 남편도 있고 애도 있는 그런 아줌마. 친구들 모임 가서 같이 시부모 얘기도 하고, 애 키우는 얘기도 하고 그런 까만 코트만 입고 싶어 이제"
"남들이랑 섞여 있어도 튀지 않고 똑같은 사람. 남들 하는 거 똑같이 하면서 같이 얘기하고 같이 웃는 거. 그게 내 꿈이야. 결혼은 나한테 '너도 남들만큼 괜찮다', '여자로서 가치가 있다'라고 얘기해주는 까만 코트야"
작은 단칸방만 있어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양호랑이지만 7년 사귄 남친 심원석은 그런 여자친구의 눈에 보이는 결혼 강요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양호랑은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과 자식들을 키우는 오롯한 '현모양처'를 꿈꾼다.
하지만 자신의 꿈과 친구까지 버리며 꼬박꼬박 월급 받는 직장인이 된 심원석은 '가장'이 되기엔 아직 금전적으로나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하다.
결국 심원석은 7년 연애의 종지부를 찍으며 양호랑에게 이별을 고했고 둘은 만난 기간이 무색하게 단 10분 만에 남남이 된다.
3. 가족부양 위해 대기업 다니면서도 '인스턴트' 사랑만 꿈꾸는 우수지
우수지는 일 잘하고 섹시하고 심지어 술도 잘 먹는 완벽한 커리어우먼이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엄마를 위해 자신의 꿈과 남자 선배들의 성희롱도 참아가며 일에 매진한다.
그런 그에게 사랑은 그저 사치일 뿐이다. 우수지는 남자친구인 마대표가 결혼에 대해 묻자 "전혀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우수지는 "찌질한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이랑 어떻게 섹스를 하냐. 환상깨지게. 결혼은 남녀 관계의 무덤이야 섹슈얼의 끝이라고. 어떻게 대출이자랑 명절 문제로 다투는 남자 여자가 같이 살 수 있겠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내 인생도 괴로워. 남의 인생도 망칠 생각 없어"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힌다.
그는 겉으로는 완벽히 강한 여자이지만 사실 안은 누구보다 여렸다.
아빠 없이 보낸 유년시절과 아픈 엄마를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결혼도 자신의 꿈도 모두 포기하기 만든다.
이 시대 청춘들의 삶도 우수지와 다르지 않다.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을 위해 상사의 갖은 히스테리를 참아내야 하고, 결혼 한번 하기에 또 그 가정을 지켜내기에 감내해야 하는 부담은 끝도 없이 높다.
이런 이유로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은 연애, 결혼, 출산 '3포'를 자처한다.
각자 처절한 삶을 살아가는 세 친구의 모습은 '누구든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하는 위안을 느끼게 한다.
드라마 같은 내 인생도 언젠가 뜨거운 꽃을 피울 것이다. 인생이란 무릇 그렇듯.
이다래 기자 dara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