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석해균 선장부터 귀순병까지, 오직 환자를 살리는 것만이 인권이라 생각한다는 이국종 교수가 개선되지 않는 열악한 중증외상센터의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스스로를 '연간 10억원 적자의 원흉'이라 칭하며 의료수가 때문에 번번이 환자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 안타까운 실정을 지적했다.
지난 9월 이국종 교수는 아주대학교 교수회가 발행하는 소식지 '탁류청론' 50호에 '어느 외상외과 교수의 고민'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한국은 애초에 '중증외상시스템'이라는 게 없다. 몰려오는 파도 앞에 타도 나아갈 배는 없었다. 병력도 없었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이 교수는 이곳 병원에 완벽히 갖추어진 의료 '시스템'을 보고 아주 놀라웠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환자를 실은 헬기가 수시로 기동하고, 지상의 앰뷸런스가 그 어떤 장애물 없이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외과전문의로 살아가면서 이 교수는 선진국처럼 '외상외과의 국제 표준'에 맞게 의료처치를 하려 노력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외상외과 의사로서 원칙대로 환자를 처치했고 써야 할 약품과 기기를 썼다. 수술은 필요한 만큼 했다. 스러져가는 숨을 끊어놓는 사신을 막아서려 애썼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습이 남들에게는 잠시 해외연수를 다녀와 지금까지의 관행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날뛰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탐탁지 않은 눈초리에도 이 교수는 멈출 수 없었다.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꼭 지켜야만 했다.
그의 의지를 가로막는 건 또 있었다. 중증 외상환자 특성상 병원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데, 한국 외과의사들은 그 부담감과 압박을 딛고 환자를 수술해야 했다.
이 교수는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대형병원들은 투입된 자본에 비해 수가가 받쳐주지 않으므로 중증외상환자를 반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의료 행위나 약제 급여에 대해 병원이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의료비 삭감이 잦았다.
국제적인 외상외과 기준에 따르는 것이라며 재청구 했지만 묵살당하기 일쑤였다. 이는 줄여야 할 항목이 아닌 환자의 목숨을 살려낼 마지막 지푸라기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 교수는 "나중에는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의 삭감청구서가 거대한 화살이 되어 나를 정조준했다. 나는 자꾸 궁지로 내몰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그는 병원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죄는 짓지 않았으나 죄인인 상황에 놓였다.
해당 기고문을 통해 이 교수는 비용이 많이 드는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범국가적인 지원과 시스템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한편 이 교수는 해적의 총에 맞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해 '아덴만 영웅'이라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최근에는 JSA를 통해 남한으로 넘어오다 총상을 맞은 북한 병사를 수술했으며, 생명이 위독했던 북한 병사는 무사히 의식을 회복하고 현재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