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못 하겠다"…이국종 교수가 말하는 외과 의사의 비애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북한 귀순병을 치료 중인 이국종 교수가 밝힌 외과 의료진의 비애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지난 22일 이 교수는 아주대병원 아주홀에서 열린 2차 브리핑에서 "자괴감이 든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외상외과의 열악한 환경 탓에 이 교수는 주말이나 휴일은 꿈도 꾸지 못한 채 36시간 일하고 잠시 쉰 뒤 다시 36시간 일하는 생활을 몇 년째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또 1년에 200번 이상 헬기로 환자를 이송하는 동안 몸도 많이 망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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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오른쪽 어깨는 세월호 참사 현장에 달려갔다가 부러졌고, 왼쪽 무릎 역시 헬기에서 뛰어내리던 도중 꺾여서 다쳤다.


2년여 전 찾아온 '망막혈관 폐쇄와 파열' 탓에 왼쪽 눈은 실명에 가까운 상태다.


무려 14차례의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극도의 스트레스에서 시작돼 최고 240/180mmHg까지 치솟은 혈압이 그의 눈을 망가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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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도 "원하시면 바지를 걷어 보여드릴 수도 있다"면서 "헬기 타는 것은 애들 장난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건강 상태가 이처럼 나빠지게 된 이유 중에는 외과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높은 업무 강도로 지원자가 없다시피 한 탓에 국내 권역외상센터 중 전담 전문의 인력을 제대로 갖춘 센터는 단 한 곳도 없는 게 현실이다.


또 업무 강도에 비해 대우가 부족해 이직하거나 외상 진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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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들은 한 달에 8~10일가량 당직을 서야 하는데, 당직 다음 날에도 출근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높은 업무 강도를 보상해줄 금전적 지원도 충분치 않다. 정부가 전담 전문의들에게 매달 1천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이 중 교육비로 100만원을 떼고 세금을 제하면 월 실수령액은 5∼600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5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어서 지원이 끊기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가 앞장서서 이러한 문제를 성토하고 있지만, 이는 비단 이 교수에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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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사업관리단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권역외상센터에는 전문의 226명, 외상코디네이터 39명, 간호사 829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에 간호사 1명이 중증 환자 2~3명을 돌보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의료체계가 잘 갖춰진 나라의 경우 통상 간호사 1명이 중증 환자 1명을 담당한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는 외상센터는 뜻있는 몇몇 사람들의 희생으로 겨우겨우 버텨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만큼, 외과 의료진이 느끼는 고통을 덜어줄 제도적 조치가 절실해 보인다. 


"사회가 바로 가도록 도와달라"…이국종 교수가 언론에 던진 간곡한 호소북한에서 귀순한 병사를 치료하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본분을 잊은 언론과 기자들에게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